
김창규 경제 디렉터
재난지원금 사용처 등 혜택엔 제외
소액주주 강조 대기업 규제엔 포함
경제 위기엔 이분법 시각 벗어나야
사용처가 알려지면서 비판은 증폭됐다. 재난지원금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 유흥업종,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어려움에 빠져 있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지역경제 활성화)”다. 그렇다고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같은 명품 매장이라도 백화점 입점 여부에 따라 가부(可否)가 달랐다. 이케아·스타벅스 등 글로벌기업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서소문포럼 5/27
# “너무 두렵다. 기업하기가 더 어렵게 될까 봐….” 21대 총선이 끝난 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어두운 낯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21대 국회에선 의석수 177석에 달하는 ‘공룡 여당’의 등장으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빗발칠 거라는 두려움이 앞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여당의 총선 공약집에는 재계 개혁, 대기업집단 규제 방안,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이 담겨 있다.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집중투표제(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 의무화 등을 통해 소액주주와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 보니 기업은 경영권이 약화될까, 기업활동이 위축될까 온갖 불안감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코로나19까지 덮친 데다 앞날이 불확실한 탓에 선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요즘 정부는 해외로 나간 기업이 돌아오길 독려하지만 오히려 국내 기업의 탈한국이 잇따른다. 최근 LG전자는 올해 안에 구미사업장 TV·사이니지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 TV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구미지역의 한 시민단체는 이를 “날벼락과 같은 충격파”라고 표현했다.
또 코로나19의 집중타를 맞은 대형 유통업체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올해 안에 대형 유통업체에서만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몸을 사리는 대기업이 속출하는 건 소비자·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규제의 방점이 ‘대기업만 넣고’에 찍혀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규제가 켜켜이 쌓이다 보니 중소·중견기업은 성장을 통한 대기업으로의 도약을 꺼린다.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이다.
지난해 법인세는 72조2000억원으로 국세의 24.6%에 달한다. 특히 상위 0.1% 대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이제 대기업은 한국 경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 한국인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척 가운데 한두 명은 대기업에 다니거나 대기업과 거래한다. 대기업과 비(非)대기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요즘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열린 ‘2020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이 경제 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 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감한 재정 확대를 통해 경제 활력을 되살리자는 뜻이다. 하지만 마중물(재정)을 부어도 끌어올릴 물(기업하려는 의지)이 말라붙었는데 물이 쏟아지겠는가. 코로나19 시대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김창규 경제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