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첫 단추' 두산솔루스서 맴도는 경영정상화…베어스 매각설 나오는 이유는

중앙일보 2020.05.26 18:23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중공업 본사. 뉴스1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중공업 본사. 뉴스1

두산그룹의 경영 정상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첫 단추로 꼽히는 두산솔루스 매각작업이 더디게 흘러가면서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이 논의하고 있는 경영정상화 방안 확정도 다음 달로 넘어갈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헝가리 공장 실사에도 매각 제자리 

두산솔루스 매각 작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 2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에 관심을 보였지만 계약서 사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올해 초 헝가리 공장에 대한 실사까지 진행할 정도로 매각 협상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헝가리 공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배터리 전지박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솔루스 헝가리 전지박 공장의 경우 생산능력 1만t 중 이미 80% 물량을 확보해 내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군침이 도는 물건이란 얘기다.
 
당장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두산그룹도 매각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매각 가격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포함한 두산그룹 주요 주주 사이에서 “실사까지 끝내놓고 가격을 깎으려고 매각 과정을 외부에 알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해진다. 양측이 제시한 가격도 간극이 컸다. 박 회장 등은 두산솔루스 매각에 1조원을 요구했지만, 스카이레이크는 6000억원을 매각 상한가로 봤다고 알려졌다. 결국 박 회장이 나서 “협상 중단”을 주문했다고 한다.
‘손실의 늪’두산중공업 실적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손실의 늪’두산중공업 실적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두산그룹은 스카이레이크와의 매각 협상을 중단 직후 매각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원하는 매각가를 만족하게 할 만한 당사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배터리 소재로 꼽히는 동박 사업에 진출한 SKC가 거론되고 있지만, SK그룹은 두산솔루스 인수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계열사 매각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두산솔루스 더디자 투산타워 매각으로 방향 틀어 

매각 작업이 더뎌지면서 두산그룹은 두산타워(6000억~8000억원) 매각을 우선순위로 돌린 상태다. 자산 매각으로 3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터라 두산 입장에선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주사가 거느라고 있는 두산 퓨얼셀, 산업 차량 BG, 전자BG에 대한 매각도 추진하고 있지만, 맏형 격인 두산솔루스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다른 사업 부문 매각도 정체되고 있는 모양새다. 두산그룹은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이 제자리를 잡을 경우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매각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은 에너지 전환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 소재와 연료전지가 주력 사업 분야다. 
두산중공업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간 21일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노동자 200여명이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 모여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중공업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간 21일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노동자 200여명이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 모여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차입금 상환 쫓겨 두산베어스 매각설 꾸준히 흘러나와 
문제는 시간이 두산그룹의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산중공업만 따져도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4조2000억원이다. 두산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2조4000억원을 융통해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단순 계산으로도 1조8000억원에 이른다. 두산그룹이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데도 두산베어스(시장가치 2000억원)에 대한 매각설이 시장에서 꾸준히 흘러나오는 이유다. 지지부진한 경영 정상화를 압박하기 위해 채권단이 계속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그룹 내 캐시카우로 꼽히는 두산밥캣이 거느린 자회사 및 해외사업장 일부에 대한 매각이 최종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산그룹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제외하고 나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만한 매력적인 매각 물건이 많지 않아 향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일부 핵심 사업부 및 자·손자회사의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