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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독도 연구 권위자 최서면 선생 별세

중앙일보 2020.05.26 17:49
26일 별세한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원장은 평생을 안중근 의사와 독도 연구에 바쳤다. 장세정 기자

26일 별세한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원장은 평생을 안중근 의사와 독도 연구에 바쳤다. 장세정 기자

안중근 의사와 독도 문제를 비롯해 근현대사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최서면(본명 최중하) 국제한국연구원 원장이 26일 오전 지병이 악화해 별세했다. 향년 92.

김구 주석 모시고 신탁통치 반대 운동
자유당 정권 때 일본 망명, 역사 연구
안중근 육필 전기『안응칠 역사』발굴
독도 영유권 입증할 고지도 다수 공개
카이저 수염으로 유명한 '민간 외교관'

 고인은 안중근 의사 연구에 필생을 바쳤고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로 참여해 유해 찾기운동에 동참했다. 일본 아시아(亞細亞)대 교수, 일본 국제관계공동연구소 소장, 국제한국연구기관협의회 사무총장, 국제한국연구원 원장, 국가보훈처 안중근의사유해발굴추진단 자료위원장, 외교부 독도 자문위원장, 한국·몽골친선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26년(호적상 1928년) 강원도 원주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생후 한 달 만에 부친을 여의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사촌형인 고 최규하 대통령 집에서 함께 살면서 원주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연희전문학교 정치과(현 연세대의 전신)에 재학중이던 45년 8월에 해방을 맞았다. 좌우 대립의 혼란기에 김구 선생 노선을 따라고 평생의 사표로 존경했다. 대한학생연맹 위원장 자격으로 신탁통치 반대 운동에 투신했다. 47년 12월 2일 한민당 수석총무를 지낸 장덕수 암살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49년 석방됐다.
동경 한국연구원원장

동경 한국연구원원장

 당시 옥중에서 '아우구스틴(아우구스티노)'란 영세명을 받고 가톨릭에 귀의했다. 특히 노기남 서울대교구장과의 인연으로 서울 천주교 총무원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등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살았다.
 자유당 정권 시절 이승만의 경쟁자였던 장면 총리를 돕다가 정권의 눈 밖에 나면서 57년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후 한국연구원을 설립하고 학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특히 일본 의회 도서관과 외무성 외교 사료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한·일 근현대사 관련 사료 발굴에 매진했다. 
 그 과정에서 69년엔 안중근 의사 육필 전기인 『안응칠 역사』를 발굴해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입증하는 데 도움을 준 각종 고지도를 대거 입수해 공개했다. 
 '카이저 수염'으로 유명한 고인은 박정희 정부 시절 한·일 정부 사이를 오가며 '막후 외교관'으로도 활약했다. 75년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망명 31년만인 88년에 주요 활동 무대를  한국으로 옮기면서 그해 국제한국연구원을 설립해 원장으로 활동해왔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의 천주교 하늘묘원에 있는 가나야마 마사히데 전 주한 일본 대사의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가나야마 대사는 역대 주한 일본 대사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 땅에 묻혔다. ’죽어서도 한·일 관계 발전을 지켜보고 싶다“고 했던 가나야마 대사를 위해 최 이사장이 묏자리를 마련해줬다. 최 이사장 자신의 가묘는 10m 옆에 이웃해 있다. 김춘식 기자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의 천주교 하늘묘원에 있는 가나야마 마사히데 전 주한 일본 대사의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가나야마 대사는 역대 주한 일본 대사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 땅에 묻혔다. ’죽어서도 한·일 관계 발전을 지켜보고 싶다“고 했던 가나야마 대사를 위해 최 이사장이 묏자리를 마련해줬다. 최 이사장 자신의 가묘는 10m 옆에 이웃해 있다. 김춘식 기자

 고인은 생전에 제2대 주한 일본 대사를 지낸 가나야마 마사히데(金山政英·1909∼1997)와 매우 가깝게 지냈다. 이런 인연으로 가나야마 전 대사의 유해 일부를 받아 고인의 가족이 묻힌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천주교 하늘묘원에 모셨다. 고인은 생전에 가나야마 전 대사 옆에 가묘를 미리 만들어 놓고 "나중에 나도 가나야마 대사 옆에 묻힐 것"이라고 중앙일보 인터뷰(중앙선데이 2015년 8월 9일 자 8면)에서 밝혔다. 고인은 한·일은 불가분의 이웃인 만큼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존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역설해왔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고 신기철 선생의 ` 한국문화대사전 `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앞줄 오른쪽 둘째가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이사장. [중앙포토]

2008년 서울에서 열린 고 신기철 선생의 ` 한국문화대사전 `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앞줄 오른쪽 둘째가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이사장. [중앙포토]

 '최서면 박사 장례위원회'(공동위원장 김황식·이낙연)는 고인의 장례를 가족·사회장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혜정 전 경희대 혜정박물관장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02-2258-5940). 발인은 28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천주교 하늘묘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관계기사〉 중앙선데이 2015년 8월 9일 자 8면 (https://gisa.joongang.co.kr/image/pdf_data/PDF/201508/20150809B008.pdf)
최서면 가나야마 중앙선데이 2015년 8월9일 자 8면

최서면 가나야마 중앙선데이 2015년 8월9일 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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