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 중 1관에서 상영되는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의 장면.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원행정리의궤도’를 기초로 여러 의궤와 반차도(행렬도)를 참고해 복색과 분위기를 뽑아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26/0382cb7c-ebb8-4c40-8229-065e21d7860c.jpg)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 중 1관에서 상영되는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의 장면.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원행정리의궤도’를 기초로 여러 의궤와 반차도(행렬도)를 참고해 복색과 분위기를 뽑아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어두컴컴한 110평 공간에 들어서면 3면 파노라마로 대형 스크린이 펼쳐진다. 폭 60m, 높이 5m에 이르는 스크린에서 ‘그림 속 조선인’ 1000여명이 룰루랄라 행진을 한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 환갑을 맞아 화성(華城)에 있는 사도세자 묘소(현륭원)에 성묘하러 가는 장면이다. 혜경궁 가마 뒤로 으스대며 활보하는 호위군사가 보인다. 말 탄 채 뒤돌아보는 사람, 의기양양 북 치는 사람 등 표정과 걸음이 제각각이다. 형형색색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문무백관과 나인들이 어찌나 생생한지 225년 전 그날로 빨려드는 듯하다.
1795년 정조 화성행차, 3D 애니로 구현
60m 길이 3면 파노라마로 생생히 감상
AR·VR 기술로 북한 무덤 속까지 엿봐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영상관' 개장
11분짜리 영상의 제목은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 지난 20일 첫 선을 보인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콘텐트 중 하나다. 정조 19년(1795) 열린 이른바 ‘수원화성행차’ 풍경을 현대기술로 재현했다.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원행정리의궤도’를 기초로 여러 의궤와 반차도(행렬도)를 참고해 복색과 분위기를 뽑아냈다. 새벽녘 창덕궁을 출발해 화성 행궁으로 향하는 1박2일 여정이 마치 축제처럼 전개된다. 특히 도중에 등장하는 궁중무용은 무형문화재 전수자들의 춤동작을 ‘모션캡처’ 해서 그림에 입혔다고 한다.
![정조 19년(1795) 열린 이른바 ‘수원화성행차’ 풍경을 기록한 '원행정리의궤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산으로 이번 디지털 실감영상관 개관을 맞아 공개 전시되고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26/3e3b4682-679d-4e84-aaff-570eddf1e58c.jpg)
정조 19년(1795) 열린 이른바 ‘수원화성행차’ 풍경을 기록한 '원행정리의궤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산으로 이번 디지털 실감영상관 개관을 맞아 공개 전시되고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실제 사람 '모션 캡처'해 그림 속에 입혀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 중 1관에서 상영되는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의 장면.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원행정리의궤도’를 기초로 여러 의궤와 반차도(행렬도)를 참고해 복색과 분위기를 뽑아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26/8c03abec-25f9-438e-ac5b-eff1404a24c9.jpg)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 중 1관에서 상영되는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의 장면.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원행정리의궤도’를 기초로 여러 의궤와 반차도(행렬도)를 참고해 복색과 분위기를 뽑아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선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공한다. 1관에서 상영되는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26/123b2c7f-a82f-40a5-8450-aacd22a83cf3.jpg)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선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공한다. 1관에서 상영되는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프로젝트 실무를 총괄한 중앙박물관 박물관정보화과 장은정 학예연구관은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는 무엇보다 기존 박물관의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서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앙박물관 영상3관(상설전시관 1층 고구려실 내)에서는 특수 프로젝터 영상을 통해 북한에 있는 고구려 벽화무덤 3곳을 체험할 수 있다. 학술자료와 촬영 사진을 토대로 재구성한 일종의 가상현실(VR)을 통해 안악 3호 무덤, 덕흥리 무덤, 강서대묘의 구조와 벽화 배치를 앉은 자리에서 조감한다. 마찬가지로 2관에서는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중앙박물관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등을 VR로 둘러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선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공한다. 3관 고구려 벽화무덤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26/6cd686d8-499a-41a0-905a-7865f95e68c6.jpg)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선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공한다. 3관 고구려 벽화무덤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선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공한다. 미디어파사드로 거듭난 경천사지 십층석탑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26/2063b521-bdbc-4b7a-b269-166486130dd0.jpg)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선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공한다. 미디어파사드로 거듭난 경천사지 십층석탑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미국 달리박물관은 AI로 달리와 '인증샷'
미국 살바도르달리 박물관(플로리다 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경우 2016년부터 상설 전시 중인 ‘달리의 꿈 VR(Dreams of Dali in VR)’이 인기다. 360도 VR 영상을 통해 초현실주의적인 달리의 작품세계에 직접 걸어들어간 듯한 체험을 한다. 인공 지능(AI)을 통해 달리를 재현한 ‘달리 라이브(Dali Lives)’ 코너에선 관람객들이 달리와 대화를 나누고 사진 촬영도 한다.
![미국 살바도르 달리 박물관의 '달리의 꿈 VR'(Dreams of Dali in VR) 캡처 장면. [유튜브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26/6fe4a081-e6d6-4600-b991-56abc0726e6e.jpg)
미국 살바도르 달리 박물관의 '달리의 꿈 VR'(Dreams of Dali in VR) 캡처 장면. [유튜브 캡처]
이 같은 ‘인터랙티브 체험’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밀레니얼-Z세대(MZ세대)를 겨냥한 박물관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장은정 연구관은 “이들은 즉각적인 체험 외에도 스스로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욕구가 강하다”면서 “이번 디지털 영상관에도 옛 문화유산을 갖고 노는 즐거움을 주고자 애썼다”고 했다. 2층 영상2관의 ‘태평성시도’ 같은 경우 8K 고화질로 원본 이미지를 구현하면서 각 폭마다 목화솜 타기, 장원급제, 화분 운반 등 ‘터치 게임’을 배치한 이유다.
디지털 혁신 덕에 박물관 관객 39% 늘기도
디지털화에 따른 고민도 있다. 한국 전통회화의 경우 현대 디지털이 표방하는 색감이나 동작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자칫 우리 원본의 멋과 깊이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 장 연구관은 “서양 회화와는 다른, 우리만의 톤을 살리고자 노력했다”면서 “다행히 우리 전통회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차별화된 콘텐트라서 호응이 좋다”고 강조했다. 1관에서 ‘수원화성 행차’와 교차 상영되는 ‘금강산에 오르다’ ‘영혼의 여정, 아득한 윤회의 길을 걷다’ ‘신선들의 잔치’ 등이 우리의 자연과 전통 도교‧불교 세계를 소개하는 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선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공한다. 1관에서 상영되는 '신선들의 잔치'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26/f91cd1d2-ee40-4ccf-8396-0d79373d35a6.jpg)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개장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선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공한다. 1관에서 상영되는 '신선들의 잔치'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배기동 관장은 “이번 디지털영상관은 스마트박물관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출발”이라면서 “코로나19 시대에 교류 전시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콘텐트를 해외 박물관과 교류하는 방법도 모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