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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의 이코노믹스] 지구온난화 방치하면 코로나19 같은 재앙 닥친다

중앙일보 2020.05.26 00:15 종합 24면 지면보기

기후 변화의 정치경제학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0년 세계 위험보고서’에서 위험 목록 1위는 ‘극단적 기후’였다. 2위 역시 ‘기후 대응 실패’가 자리했으며, 충격의 정도에서도 1위는 ‘기후 대응 실패’가 차지했다. 반면에 전염병 위험은 가능성과 충격의 정도에서 10위 바깥에 올라 있다. 현실은 어떤가. 지금 세계는 코로나19의 창궐로 21세기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위험 10위가 이 정도라면 위험 1위가 현실화하면 어떻게 될까.
 

비용 탓에 대처 미루면 더 큰 피해
당장 탄소세 부과해 온도 억제하고
지구온난화 ‘1.5도 이하’에 묶어야
임박한 현실적 위험 제거 가능하다

위험 1위 기후변화는 산업화가 가져온 구조적인 결과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위험이다. 그런 만큼 대강의 해결책도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외면되는 이 두려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 정부 간 패널(IPCC)의 발표에 따르면, 2006~2015년간 지구표면 온도 평균치는 1850~1900년보다 0.87도 상승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추세로 간다면 10년마다 0.2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돼 2030~2052년간 평균 온도는 1850~1900년에 대비해 1.5도 높아지고, 2075년을 전후해 2.0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IPCC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대비해 1.5도 상승에 멈추는 것과 2.0도 상승하는 것은 자연 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생활환경에 치명적인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에 1.5도 상승에 멈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에너지와 환경 비용을 낮게 부과한 결과, 세계가 치르는 묵시적 비용(2017년)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5%인 5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규모가 21세기 말 GDP의 10%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MF가 1960~2014년간 174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인당 실질 산출액 증가는 역사적 평균보다 높거나 낮은 기온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 기온이 매년 0.04도 지속해서 상승할 경우,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는다면 세계 1인당 실질 GDP는 2100년까지 7% 이상 감소할 수 있다. 반면에 기온 상승을 매년 0.01도 이하로 억제할 경우, 2100년까지 세계 1인당 실질소득 감소를 1%로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겉도는 파리 협약과 탄소세
 
세계 195개국이 참여해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 협약’은 지구 기온상승을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0~203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7.6%씩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작다. 유엔환경계획(UNEP)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553억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에서도 2018년 지구의 이산화탄소(CO2) 연평균 농도는 407.8ppm으로 여전히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 추세(2.26ppm)를 지속하고 있다. 한 마디로 파리기후협약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세계 탄소배출량의 14%를 배출하는 미국은 이미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중국(29.4%)과 인도(6.8%)는 설정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감축 목표 수정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IMF는 2019년 10월 총회에서 주요 20개국(G20)이 현재 CO2 배출량 1톤당 2달러인 탄소세를 2030년까지 75달러로 올릴 것을 권고했다. 탄소를 많이 생산하는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법은 기업과 가계가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청정에너지 사용을 촉진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자국 이기주의가 협력 막아
 
1.5℃ 상승과 2.0℃ 상승의 차이

1.5℃ 상승과 2.0℃ 상승의 차이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가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왜 기후 변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가. 그 이유를 대변해 주는 사건이 바로 2018년 12월 파리에서 일어났던 ‘노란 조끼’ 시위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2020년까지 CO2 배출량을 2005년 기준 17%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7년 경유 23%, 휘발유 15%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그 결과 생산비 또는 생활비 부담이 가중된 농민·근로자 계층의 불만이 노란 조끼 시위로 발화됐다.
 
탄소는 전력 생산과 생산 활동에 수반해 발생한다. 따라서 탄소세 부과는 기업에 원가 부담을 가중함으로써 생산 활동을 억제하고, 가계에 대해서는 생활비 부담을 가중한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조세 부담이 가중되는 역진성을 갖고 있어 국민을 화나게 한다. 따라서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려면 각국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불만과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인류는 1.5℃에서 온도 상승 억제할 수 있을까

인류는 1.5℃에서 온도 상승 억제할 수 있을까

인류 공동의 터전인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자국 이기주의다. 특히 경제성장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생산 활동에 과세하는 것은 더욱 수용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것은 중국·인도·러시아가 파리기후협약에 소극적인 이유와 본질에서 같다.
 
문제는 자국 이기주의다. 그 이면에는 포퓰리즘이 작용하고 있다. 작년 12월 구성된 유럽연합(EU) 집행부는 2050년 EU의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탄소 국경세’ 도입 방침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대 이전에 유럽 내부에서 들끓고 있는 포퓰리즘의 벽을 넘는 과제가 더욱 어렵다.
 
코로나 사태는 전염병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의 가치를 방역과 의료 체계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교훈은 기후 변화의 위험에도 그대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즉 기후변화 위험의 잠재적 가치를 정부와 시장이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이 과소평가되거나 포퓰리즘과 같은 다른 가치에 의해 무시됨으로써 위험은 갈수록 증폭하고 있다. 각국이 기후변화를 외면하는 동안, 세계는 1.5도의 절대 위험에 더 빨리 다가가고 있다.
 
탈원전 가속하면 온실가스 후진국 탈출 어려워져
한국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1000만 톤으로 이미 목표치를 15.4% 초과했다. 하지만 성급하게 만족할 처지가 아니다. 기후행동 네트워크(CAN)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은 61개국 중 58위로 평가됐다. 기후행동추적(CAT)의 평가로는 6등급 중 5등급을 받았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관한한 후진국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느리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2050년 탄소 제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그린 뉴딜 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 8일 전력수급 기본계획 워킹 그룹은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2034년까지 발전원별 의존도를 석탄은 40%에서 29%로 낮추지만, 신재생에너지는 5%에서 26%로 높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IMF가 권고하는 탄소배출 1톤당 75달러(약 9만원)를 탄소세로 부과할 경우, 석탄 발전의 단가는 무려 87%가 상승한다. 발전의 27%를 차지하고 석탄보다도 발전 단가가 약 30% 낮은 원자력 발전을 폐기해 간다면, 국내 발전량의 막대한 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석탄 발전소를 30기 폐기하는 대신 24기의 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하는 경우 어떻게 되나.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가스 발전조차 포기해야 하므로 또다시 엄청난 매몰 비용(약 74조원)이 발생한다.
 
발전 비용이 낮은 원전과 석탄 발전소 감축을 병행하는 동시에 전기요금 안정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함께 추진하는 모순된 정책의 틀을 정리하지 않는 한, 한국이 온실가스 후진국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기요금 폭등을 우리 국민이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도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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