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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코로나19 계기로 가족중심의 새로운 결혼문화를 실천해 보자

중앙일보 2020.05.26 00:05 2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일상의 교란과 혼란을 겪으면서 그동안 익숙해 있었던 우리들의 일상 생활문화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통 속에 있는 각 개인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이러한 위기 직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진솔하게 일상생활문화에 대해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기고
주영애
성신여대 뷰티생활산업국제대학 학장
(사)한국생활문화진흥회 자문교수

인륜지대사로 여겨온 ‘결혼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요즈음엔 결혼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통과의례 중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새 가정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신부들과 혼주들은 결혼 준비와 절차, 참여하는 하객에 대한 접대에 정성을 다하고, 많은 비용을 지불해 왔다. 시대에 따라 결혼식의 형태는 변화해 왔지만, 허례허식, 중요한 ‘나만의 결혼식’을 좀 더 아름답고, 특별한 결혼식으로 연출하고 싶은 신랑·신부들의 로망과 혼주들이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에 보내왔던 축의금에 대한 생각들이 혼재하면서 결혼식은 축소되지 못하는 형태를 유지해 왔다.
 
조선시대 영조-정순왕후의 왕실혼례에서는 혼례비용을 줄이고 호화로움을 피하기 위해 혼례에 사용하는 보자기까지 화려함을 금하고 통제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어느 시대에도 이들 문제는 존재했다. 아직까지도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호화혼수 문제나 과도한 결혼식 비용지출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한동안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작은 결혼식의 보급을 위한 사회적 관심 확대와 공공기관의 개방을 통한 예식장 이용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 획일화된 결혼형식 탈피 등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결혼식 문제에 대한 재론은 요즈음 다시 확산되고 있다. 결혼식에 많은 하객을 초대하는 풍경은 사라졌고, 마스크를 쓰고 결혼하는 모습도 보이며, 결혼식을 유튜브로 실시간 영상으로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재난극복을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상황에 따라 하객 초대를 자제하거나, 결혼식을 사태 안정 후 하겠다고 연기해 놓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웨딩업계는 성수기와 비성수기라는 표현조차 무색하게 되었고, 앞으로의 변화 추이를 쉽게 예측하기도 어렵고 그 타격도 매우 크다. 그러나 지금 지향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는 ‘안전’과 ‘건강’ ‘지속적인 삶’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수용해야 한다. 따라서 변화될 수밖에 없는 일상의 생활문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해야만 하고, 이것이 우리가 공존하기 위한 태도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생각해 본 결혼문화 변화를 위한 제안을 해 본다. 무엇보다 신랑·신부와 혼주들의 인식변화가 우선 필요하다. 우리의 풍속으로 지켜왔던 의례에 대한 상호부조의 생각을 일면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도 재인식되어야 한다.
 
첫째, 가족 중심의 작은 결혼식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바라보자. 둘째, 축의금을 내고 식사하고 돌아가는 형식적 축하의례는 지양하도록 하자. 셋째, 획일화된 결혼문화를 탈피한 가족 중심의 새로운 예식모델을 실천하자. 넷째, 실용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나만의 결혼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결혼문화를 창조해 가자. 일상의 재편이 일어나는 시기에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 스스로, 자발적으로 우리들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결혼문화를 만들어가는 지혜를 모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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