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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구창모, 양현종도 안 부럽다

중앙일보 2020.05.2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NC 투수 구창모가 올시즌 초반 뛰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류현진·양현종·김광현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좌완 선발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뉴스1]

NC 투수 구창모가 올시즌 초반 뛰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류현진·양현종·김광현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좌완 선발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뉴스1]

“구창모는 NC 다이노스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
 

선두 질주 NC의 23세 좌완 선발
3경기 8피안타 평균자책점 0.41
김경문 전 감독 때부터 애지중지
양현종 “한국 대표 투수 될 것”

김경문(62)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NC 감독 시절 자주 했던 말이다. 김 감독은 2017년 20세였던 구창모(23)를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그리고 애지중지 키웠다. “아직 몸이 성장 중”이라며 투구 수가 100개를 넘지 않게 관리했다. 무너져도 선발 기회를 최소한 10번은 주려고 노력했다. 김 감독은 “구창모가 NC를 이끌고, 더 나아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차세대 좌완투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3년. 올 시즌 초반 구창모는 KBO리그를 평정했다. 2승 무패, 평균자책점은 0.41로 전체 1위다. 3경기에서 22이닝을 던졌는데, 안타는 8개만 허용했다. 피안타율이 0.111이다. 탈삼진은 25개로 이닝당 1개 이상이다. 2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상대 강타선을 8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이 페이스라면 2년 연속 10승 달성에, 투수 주요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 좌완투수인 양현종(32·KIA 타이거즈)도 구창모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현종은 “(구)창모가 올해 무시무시한 공을 던지더라.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늘 양현종을 롤모델로 꼽았던 구창모는 “현종 선배가 언급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좋아했다.
 
감독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이동욱 NC 감독은 “지난해 10승을 달성하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구속이 빨라진 것 같고 변화구도 다양하게 구사한다.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구창모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3㎞인데, 구속에 변화를 주면서 완급 조절을 잘하고 있다. 거기에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던진다. 상대 타자 방망이가 헛돌 수밖에 없다.
 
2015년에 프로에 온 구창모는 2016시즌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2017시즌부터 선발로 뛰었다. 지난 세 시즌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2017년, 김경문 감독 신임을 받았지만, 첫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체력 저하 문제를 드러냈다. 2018년, 7월까지 1승 10패에 그쳤다.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옆구리 통증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운 좋게도 당대 최고 포수인 양의지를 만난 덕분에 제구력이 업그레이드됐다. NC 사상 첫 좌완 10승 투구가 됐다. 호사다마일까. 허리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오지 못했고,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빠졌다.
 
구창모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재활훈련에 힘썼다. 지난해 말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확실한 선발투수가 되겠다. 남보다 일찍 쉬어 몸 관리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내가 나가는 경기에서 팀이 많이 이기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이동욱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구창모는 개막이 한 달 이상 늦어졌는데도 컨디션 유지를 잘하고 있다. 완벽하게 시즌을 준비했다는 얘기다.
 
그라운드 밖의 구창모는 반달 눈이 될 정도로 잘 웃는다. 수줍은 소년 같다. 스스로 “소심한 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표정이 사라진다. 홈런을 맞으면 눈빛이 더 날카로워진다. 진흙 속 진주를 잘 찾아내는 김경문 감독 눈이 역시 틀리지 않았다. 구창모의 꿈은 더 커졌다. 그는 “좌완투수가 점점 귀해진다고 한다. 내게는 기회다. 양현종, 김광현 선배님을 이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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