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성·현대차에 '구글세' 내라는 OECD…세수 축소에 불확실성 우려까지

중앙일보 2020.05.25 17:4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이 비상체제에 돌입한 와중에도 ‘구글세’ 부과 시계는 예정대로 돌아가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도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에 낸 세금은 국내에서 공제하도록 돼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대폰·차 기업까지 ‘구글세’ 부과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7월 초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일명 구글세)의 핵심 사항들을 합의할 예정이다. 어떤 기업에 얼마큼의 세금을 적용할지 구체적인 기준과 과세 방법이 정해지는 중요한 자리다. 
문제는 상당수의 한국 수출 대기업들이 이 세금의 적용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구글세는 당초 소셜미디어와 검색·광고, 콘텐트 스트리밍, 클라우드 컴퓨팅 등 특정 국가에 고정 사업장을 두지 않고 전 세계에서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게 세금을 걷기 위해 고안됐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유튜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이 조세회피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세금을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도 세금을 내라’는 게 골자다. 
 
하지만 ‘IT 공룡’ 들이 많은 미국의 입김이 작용해 올해 1월 구글세의 범위가 휴대폰·자동차·가전·화장품 등 ‘소비자 대상 사업’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해외 소비자들에게 휴대폰·자동차·가전 등을 파는 국내 제조기업도 구글세 불똥을 맞게 됐다. 과세 대상 기준은 연 매출액(국내·해외 합산)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으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약 200개 기업들이 해당된다.  
 

수출기업 많은데…세수 감소 가능성 커

OECD는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글로벌 보건 위기에도 불구하고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작업(디지털세)은 전속력으로(full steam) 지속될 것”이라며 "오는 7월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회의 기간 중 화상 회의 형식으로 총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OECD가 예정대로 올해 연말 디지털세 최종 부과방안을 발표하면 규범화 작업 등을 거쳐 늦어도 2~3년 뒤 실제 부과가 이뤄질 전망이다.  
디지털세 도입하는 국가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디지털세 도입하는 국가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아직 시간이 있다 해도 디지털세가 가져올 변화는 막대하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구글·넷플릭스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 내는 디지털세보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은 법인세법에 따라 해외에서 부담한 세금의 경우 일정한도 내에서 국내 법인세 납부액에서 차감받는다. 결국 이 공제액만큼 국세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소비 시장이 큰 미국과 유럽의 경우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 임 위원은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데다, 추가 세입 여력도 없어 디지털세라는 새로운 세금으로 세수를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세 국제논의 최근 동향' 배경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지난 1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세 국제논의 최근 동향' 배경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기업들 “외국마다 본사둬야 하나” 혼란  

기업들은 디지털세가 현실화할 경우 세금 증감과 관계없이 글로벌 사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 수출 기업의 경우 본사는 한국에 두고 사업 운영은 전 세계에서 하는 구조인데, 이를 일정부분 바꿔야 할 수도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국적기업으로서 연구개발(R&D) 등이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런 기업의 투자활동까지도 해외로 상당부분 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동원 위원은 “디지털세는 소비자 대상 수출 사업이 많은 중국·일본·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만큼, 이들 국가와 공조해 과세대상에서 해당 사업이 제외되도록 해야한다”며 “최소한 디지털 서비스 사업과 구분해 소비자 대상 사업에 낮을 세율이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