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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때릴 단거리포에 핵탄두 탑재? 北 박정천 승진 심상찮다

중앙일보 2020.05.25 17:04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포병’과 ‘전략 무력’의 키워드를 꺼내든 것을 놓고 25일 군 내부에서 “재래식 무기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920㎜급), 대구경 조종방사포(400㎜급), ‘북한판 에이태큼스’인 전술지대지미사일(600㎜ 이상), 초대형 방사포(600㎜급) 등 4종의 신무기에 핵과 같은 전략무기를 탑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 인사도 단행됐다. 승진 인사 대상인 최부일, 리병철, 김수길, 박정천, 김정관(왼쪽부터)이 문서에 서명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보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 인사도 단행됐다. 승진 인사 대상인 최부일, 리병철, 김수길, 박정천, 김정관(왼쪽부터)이 문서에 서명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보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25일 군과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24일) 발표에서 우선 포병 전력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이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강조한 대목에서다.
 
나아가 군 안팎에선 북한이 포병 전력 강화를 시사하는 한편 전략 무력의 발전 계획을 함께 나타낸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8월 24일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8월 24일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북한의 이같은 방침은 인사를 통해서도 뒷받침됐다. 같은 날 보도에서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군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로 승진한 것은 포병 전력에 대한 북한의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현직 군 수뇌부 중 유일하게 군 차수로 승진한 박 총참모장은 "현대전은 포병전"이라는 지론을 강조해온 포병국장 출신이다. 지난해 9월 합참의장격인 총참모장에 임명된 뒤 다시 한번 초고속 승진의 대상이 됐다. 당시에도 군단장 등 정통 야전군 출신이 주로 맡던 총참모장에 포병사령관 출신이 임명돼 파격 인사라는 얘기가 나왔다.
 
여기에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앞장선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전략무기 개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방사포발사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북한방사포발사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결과적으로 포병과 전략 무력을 강조한 맥락과 후속 인사를 놓고 보면 지난해 등장한 4종 신무기에 핵과 같은 전략무기를 탑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직경 600㎜, 탄두 능력 200~300㎏인 핵탄두 소형화 기준으로 봤을 때 KN-23에는 핵 탑재가 어렵지 않고, 나머지 신무기에서도 향후 소형화 기술이 고도화될 경우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들 무기에 핵탄두 탑재 기술을 어느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놓고서도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박정천 총참모장의 지위 상승을 보면 우리를 사정권으로 하는 북한 포병 부대의 역할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언급한 '전략 무력'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예 북한의 포병 개념을 기존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포병 소속인 이들 4종 무기에 전술핵 등 핵탄두를 탑재하는 시도가 현실화된다면 전과 달리 포병이 전략군과 함께 운용되거나 전략군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도 “포병이 단순 재래식 무기를 담당하는 데서 벗어나 ‘전략 포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8월 11일 '새 무기'라고 지칭한 발사체의 시험발사 장면. 미국의 전술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린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8월 11일 '새 무기'라고 지칭한 발사체의 시험발사 장면. 미국의 전술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린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한편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언급한 것과 관련, “향후 영변에 있는 5㎿(메가와트)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재가동과 핵물질 운반 모습을 고의로 위성에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전 차장은 이어 "북한이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우주 개발을 명분으로 한 위성 발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미 협상에 소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북한이 대놓고 핵물질 생산과 핵탄두 운반체인 미사일 개발을 통해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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