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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보트' 발견된 태안…주민들 "軍이 몰랐다는게 더 불안"

중앙일보 2020.05.25 15:38
 
25일 오전 11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바닷가. 마을에서 ‘논골’이라고 부르는 조그만 바닷가에 군 장병 5명이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23일 오전 10시 55분쯤 밀입국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보트가 발견됐다. 오전 10시 30분쯤 해경이 보트를 전용부두(근흥면 신진도항)로 예인하자 군도 현장에서 철수를 준비했다.

23일 오전 10시55분쯤 주민이 발견, 신고
해경, 보트 전용부두로 예인해 정밀 조사
합참 "대공용의점은 낮은 것으로 추정돼"
방범용 CCTV영상 분석 등 통해 6명 추적

중국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보트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해안가에서 25일 오전 군 장병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중국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보트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해안가에서 25일 오전 군 장병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논골은 백리포와 십리포 사이에 있는 해안으로 반달 모양으로 육지 쪽으로 들어와 있다. 양쪽은 거친 바위가 많아 평소에도 인적이 뜸하다. 이곳에는 해삼과 전복 등의 양식장이 조성돼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채취가 불가능해 일반인들의 발길도 많지 않다. 백리포나 십리포를 통하지 않으면 도로에서 가파른 경사를 타고 만들어진 폭 30㎝가량의 좁은 길을 타고 200m쯤 내려가야 한다. 육군 32사단이 운영하는 소초와는 100m가량 떨어진 곳이다. 마을 주민들은 “자주 다닌 사람이 아니고는 존재 여부를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전에 도착할 해안의 위치와 도주로까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서는 접안이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군과 해경은 보트를 타고 온 사람들이 배에서 내린 뒤 샛길을 따라 올라와 왕복 2차선 도로를 이용해 태안읍내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3일 소형보트를 처음 발견한 의항2리 이충경 어촌계장은 “무단으로 양식장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확인차 갔다가 배를 발견하고 신고했다”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보트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바닷가를 지키는 육군 32사단 소초 입구. 안내판에는 민간인이 출입을 통제한다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신진호 기자

중국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보트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바닷가를 지키는 육군 32사단 소초 입구. 안내판에는 민간인이 출입을 통제한다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신진호 기자

 
의항2리에서 만난 주민은 “5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지만, 출처도 모르는 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밀입국이던 북한에서 내려온 배던 해군이나 해경이 몰랐다는 데 더 불안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1시쯤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에서는 소형보트에 대한 정밀감식이 이뤄졌다. 배에서 발견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빵과 기름통, 플라스틱 통에 담긴 휘발유·윤활유, 녹슨 칼, 구명조끼·장갑은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정밀 조사 중이다. 해경은 인터폴을 통해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보트는 흰색으로 4~5m 길이로 폭은 2~3m가량이었다. 배 양쪽으로 각각 3개의 의자가 설치됐고 선미에는 60마력 크기의 일본산 엔진이 달려 있었다. 보트가 발견된 지점 부근의 폐쇄회로TV(CCTV)에는 6명의 남성이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군과 해경은 경찰에 협조를 요청, 방범용 CCTV 등을 통해 이들이 경로를 추적 중이다.
지난 23일 오전 충남 태안군 소원면의 해안가에서 발견된 중국 밀입국 추정 소형보트가 태안해경 전용부두로 옮겨져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3일 오전 충남 태안군 소원면의 해안가에서 발견된 중국 밀입국 추정 소형보트가 태안해경 전용부두로 옮겨져 있다. 신진호 기자

 
군과 해경 내부에서는 보트에서 중국산 제품이 발견됐지만, 보트를 타고 직접 이동했을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안반도와 가장 가까운 중국 산둥(山東)반도까지는 직선거리로 350㎞가량이다. 중국에서 출발했을 경우 20노트(시속 37㎞)의 속도로 쉬지 않고 운항해도 10시간을 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공해 상까지 대형 선박으로 이동한 뒤 소형보트를 내려 태안 해안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보트는 중국산으로 추정되며 판매와 생산 등에 대해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조사 중”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며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태안 해변에서 발견된 소형 보트와 관련해 “현재로써 대공 용의점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대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과 해경을 포함한 관계기관이 해당 선박이 발견된 경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광범위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대공 혐의점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안해경 관계자가 지난 23일 오전 충남 태안군 소원면의 해안가에서 발견된 중국 밀입국 추정 소형보트 수사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예인된 소형보트. 신진호 기자

태안해경 관계자가 지난 23일 오전 충남 태안군 소원면의 해안가에서 발견된 중국 밀입국 추정 소형보트 수사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예인된 소형보트. 신진호 기자

 
김 실장은 이어 “군의 작전이나 상황 보고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어떤 부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우리 작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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