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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미 판 집, 세금 더 내야된다? 이상한 취득세 기준

중앙일보 2020.05.25 14:03
지난달 서울 송파구 A아파트를 산 양 모(48) 씨는 얼마 전 송파구청에서 취득세 150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다른 집 2채를 갖고 있어 3주택 세율인 3%의 취득세를 납부했는데 구청에서 A가 네번째 주택에 해당한다며 1%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4주택 이상 취득세가 4%다. 
 

법령엔 잔금·등기일 중 빠른 날 기준
4주택 이상 취득세 기준만 등기일
법령 아닌 행안부 지침이 과세 기준

양씨는 “A의 잔금을 치르기 직전 같은 날 다른 B아파트 잔금을 받고 팔았다”며 “잔금을 받으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인데 어떻게 4주택이 되느냐”고 따졌다. 
  
다주택자 취득세 부과 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소득세법이나 지방세법에서 지정하는 기준일이 아닌 행정안전부의 지침이 기준이 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주택 구매 시 취득 금액과 보유 주택 수에 따라서 취득세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3주택자까지는 6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 취득액의 1%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6억~9억원은 2%, 9억원 초과는 3%다. 4주택자부터는 금액에 상관없이 4%다.  
 
그런데 4주택자의 과세 기준이 논란이다.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취‧등록세 등 주택 관련 세금의 기준은 잔금 지급일이나 등기일 중에서 빠른 날이다. 대개 잔금을 지급하고 바로 등기를 하지만, 등기신청 의무기간이 60일이기 때문에 실제 해당 주택을 소유하는 시점을 잔금 지급일로 보는 것이다. 매수자의 등기가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주택자가 같은 날 주택을 사고팔면서 같은 날 잔금을 주고받았다면 등기 여부와 상관없이 2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로 본다. 소득세법 시행령에도 ‘소유권 이전 등기 접수일‧인도일 또는 사용수익일 중 빠른 날’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명시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실제 계약 시간과 상관없이 같은 날 거래했다면 (매도하는 주택의) 잔금을 받아서 새 주택의 잔금을 치렀다고 보고 과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취‧등록세, 재산세를 관할하는 행안부의 지침은 다르다. 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내린 ‘지방세법 개정에 따른 취득세 적용 요령 추가 통보’에는 3주택 소유자가 새로 주택을 취득할 때 ‘기존 주택이 타인에게로 공부상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해당 주택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한다고 기재됐다. 등기일을 기준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행안부 관계자는 “파는 주택은 자신의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서류를 일일이 봐야 해 전산상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등기일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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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수요자들은 ‘이중잣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는 주택’의 과세 기준은 법령을 따르면서 ‘파는 주택’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성 모(38) 씨는 “국민에게 아무런 고지도 없이 공무원들끼리만 알고 있는 기준으로 과세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행안부의 지침이 법보다 앞선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수환 우덕 세무법인 세무사는 “등기를 하지 않아도 잔금을 치르고 계약이 완료되면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등기 여부는 매수자의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이미 주택 소유권을 넘긴 매도자 입장에선 등기를 강제할 수도 없고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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