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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물뿌리개, 여성은 꽃" 성차별 발언 과제 낸 외대 교수

중앙일보 2020.05.25 09:13
한 사립대 교수가 성차별적 인식이 담긴 게시글을 읽게 하는 과제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대학 학생회는 "여성혐오적 게시물을 강제로 읽게하는 건 교수의 권위에 기반한 성희롱"이라며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차별적 발언을 담은 게시물을 읽게 해 논란이 된 한국외대 A명예교수의 블로그. 블로그 캡처

성차별적 발언을 담은 게시물을 읽게 해 논란이 된 한국외대 A명예교수의 블로그. 블로그 캡처

 
25일 한국외대 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명예교수 A씨는 이번 학기에 맡은 경영학 수업에서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블로그에 쓴 글을 읽는 과제를 냈다.
 
A교수가 과제로 읽게 한 글은 남성을 물뿌리개, 여성을 꽃에 빗대면서 "집 꽃 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들다 말라 죽으면 남자 손해", "비아그라를 먹어라" 등 부적절한 내용을 다수 포함했다.  
 
중간고사 범위로 포함한 게시물에는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여자가 매력 있고, 정숙한 상냥함과 품위를 잃지 않은 애교를 남자들은 좋아한다", "남자는 논리적이고 언어적이고 능동적인 반면, 여자는 직관적이고 공간적이고 수동적이다" 등 성차별적 인식이 담긴 내용도 적혔다. 
 
한국외대. 중앙포토

한국외대. 중앙포토

해당 글들은 A교수가 2009년 출간한 『대통령의 여인』이라는 에세이북을 블로그에 옮겨 놓은 것이다. "대한민국 30대 이상의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는 '남자는 00, 여자는 00'이라 비교하는 글이 반복된다.
 
수업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해당 교수의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다른 글들도 A교수의 부적절한 성인식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교수의 블로그에는 "내 아내도 비교적 야하다. 내 딸들도 그렇게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딸이) 21세기의 여자답게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아한 옷차림으로 늘씬한 몸매를 감싸고선 갑자기 '아빠 점심 사주세요. 네?'하며 내 연구실을 찾아와 애교 떠는 모습도 기대된다"는 글이 적혀 있다.
 
여성 외모 품평도 서슴지 않았다. A교수는 "이공계 여성들은 애교도 발랄함도 자신감도 없으며 몸매도 그저 그래서 늘 불만이었다", "자다 나온 듯한 얼굴로 아무 옷이나 걸친 채 시골 아줌마처럼 엉거주춤 걸어 다니는 여자는 질색",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환상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내는 아내다움을 유지해야 한다. 순종하는 여자가 아내이면 더욱 좋다"고 적었다.
 
성매매 관련 경험담을 무용담처럼 풀어놓은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흥주점에서 도우미와 유흥을 즐기다 립스틱 자국 때문에 아내에게 그 사실을 들켰다", "지적 호기심에 창녀촌을 관광한 적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창녀" 등 발언이 부적절하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에서 지난 20일 게시한 성명문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한국외대 총학생회에서 지난 20일 게시한 성명문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학생들은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느냐", "교수로서 자질이 의심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외대 학생회는 지난 20일 "우리는 당신의 글을 '혐오'라고 부른다"는 성명문을 게재하고 "A교수는 해당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 교단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회는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여기며 대상화하는 사고방식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학생들은 중간고사에 응시하기 위해 여성혐오적 게시물을 읽어야 했다. 이는 담당교원의 권위에 기반한 명백한 폭력이자 성희롱"이라고 주장했다.
 
블로그의 글이 문제가 되자 A교수는 지난 21일 수강생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 "비록 오래전 재미로 쓴 수필이라 하더라도 세상이 무섭게 변해가고 있는데 나만 생각이 미래 아닌 과거 제자리에 남아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던 모양"이라며 "서울 작업실에 복귀하면 블로그에 대한 여러 조치를 취할 예정이나 일단 내 블로그는 일절 찾거나 읽지말기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측은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조사위원회를 열어 관련 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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