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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아프리카돼지열병 막아내는 ‘K-방역’

중앙일보 2020.05.25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오연수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

오연수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

BBC와 CNN 등 세계적인 언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극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의 방역 시스템을 세계 각국이 앞다퉈 벤치마킹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전에 우리는 해외에서 들어온 악성 가축 전염병을 성공적으로 통제한 경험이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등이다.
 
ASF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던 때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지난해 9월 17일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민·관·군의 방역 자원을 동원해 표준 행동지침을 뛰어넘는 차단 방역을 시행했다. 이후 23일 만에 농가의 사육용 돼지에서 발병하는 ASF의 지역 확산을 막았다. 반면 스페인은 ASF 발생 이후 이를 퇴치하는 데 30년 이상 걸렸다. 몽골은 양돈 농가가 사육하는 돼지의 10%가량인 31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국내 구제역 퇴치도 효과적이었다. 지난해 1월 3건의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민·관·군 약 3만1000명을 투입해 전국을 집중적으로 소독했다. 역대 최단 기간인 사흘 만에 추가 확산을 저지했다. 사전 예방조치를 강화하면서 조류인플루엔자는 2년 넘게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가축 전염병 발생 때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수장이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런 전염병이 축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지속해서 알리고 소통을 유도했다. 민·관 협력체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덕분에 가축 전염병의 방역 상황에 대한 관계 부처의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성을 존중하며 모든 역량을 모아 대응해 나간 경험은 큰 시사점을 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가축 전염병의 방역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온 경험과 국제 사회의 호평이 ‘K-방역’으로 이어져 세계 농축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가축 질병의 사전 예방 관리도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사람과 동물·환경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건강 공동체인 ‘원헬스’(One Health) 시스템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은 하나’임을 인식하고 다양한 위해 요소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세계적 협력이 필요한 때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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