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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간 4500건, 범인 대신 실종자 찾았다

중앙일보 2020.05.25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이성철 서대문경찰서 실종팀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성철 서대문경찰서 실종팀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5월 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다. 국내에선 지난 2017년 가을 이른바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의 여중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각 일선 경찰서에 실종수사 전담팀이 생겼다. 16년간 강력팀에서 일하다, 전담팀 출범 때 실종자 찾기에 합류한 이성철(49·사진) 서대문경찰서 실종팀장을 만났다.
 

오늘 ‘세계 실종 아동의 날’
이성철 서대문경찰서 실종팀장

“112로 신고가 들어오면 각 경찰서로 사건을 내려보냅니다. 정보를 찾고,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탐색하고, CCTV로 동선을 추적하고, 주변을 탐문하고…. 대상만 다르지 범인 쫓는 방식과 같아요.”
 
실종 사건은 휴대전화가 꺼진 경우가 많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수색 범위는 넓어지고, 생존 가능성은 작아진다. 남겨진 가족은 실종에 따른 우울감·죄책감에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커진다.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사춘기 여중생이 부모와 불화로 가출했다. 나흘 만에 모텔에서 성인 남성 3명과 함께 발견됐다. 이 팀장은 “남성들은 실종아동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여중생에겐 심리 치료를 지원했다”며 “1년 뒤 여중생이 ‘덕분에 가족과도 잘 지내고 학교도 잘 다닌다’는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2년 6개월간 4500건의 실종사건을 처리했다. 4명씩 4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데, 일평균 10여건의 실종 신고가 들어온다고 한다.
 
장기 실종 사건은 사전 등록한 지문·사진·신상정보를 활용하고 유전자 대조까지 한다. 2018년 9월 실종팀 문을 두드린 미국 입양 여성(당시 57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 확인까지 거쳐 52년 만에 부모를 만났다. 이 팀장은 “가족 실종의 경우 대부분 ‘사라질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실제 가정불화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있는 그대로 얘기하지 않아 실종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술 마시던 친구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1시간을 뒤졌어요. 인근 건물 화장실에 잠들어 있더라고요. ‘신고했으면 빨리 찾아내야지 뭐하느냐’는 핀잔을 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99명을 찾아내도 1명을 놓치면 안 되는 경찰의 숙명이죠.”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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