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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후 의식잃은 김효기, ‘신영록 시스템’이 살렸다

중앙일보 2020.05.25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경기 도중 충돌로 쓰러진 김효기의 입을 열어 기도를 확보하는 동료 선수들. [사진 IB스포츠]

경기 도중 충돌로 쓰러진 김효기의 입을 열어 기도를 확보하는 동료 선수들. [사진 IB스포츠]

프로축구 광주 FC 베테랑 공격수 김효기(34)가 경기 도중 아찔한 사고를 당했지만, 체계적 후속 조치 덕분에 화를 면했다.
 

골키퍼에 부딪쳐 응급 상황 발생
대응 매뉴얼에 따른 조치로 무사

김효기는 23일 K리그1(1부리그) 원정경기 상주 상무전 후반 37분쯤 의식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김효기는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처리하려다가, 뛰어나온 상대 골키퍼 황병근 무릎에 머리를 부딪쳤다. 의식을 잃은 김효기의 몸이 굳는 모습이 TV 생중계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급박한 상황에서 먼저 주심이 달려와 김효기 상태를 확인했다. 이날 경기의 주심은 조지음 심판이었다. 곧바로 응급 처치에 나섰다. 경기를 중단시킨 뒤, 의무진을 향해 그라운드에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 시각 동료 선수들이 김효기의 입을 벌리게 해 기도를 확보했고, 이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아울러 팔과 다리를 주물러 굳은 근육을 풀어줬다.
 
경기장에 대기하던 구급차가 그라운드에 진입했다. 심판과 선수들이 물러서자 의료진이 김효기 처리를 맡았다. 응급 처치 덕분에 김효기는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K리그의 응급 대응 시스템은 국내 종목이나 일본·중국 등 주변에서 참고할 만큼 잘 갖춰져 있다.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신영록이 경기 중 부정맥 증세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고 이후, 시스템을 완비했다. 신영록은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지만, 그라운드에 복귀하지는 못했다. K리그는 이후 매년 선수단과 심판진, 구단 관계자를 대상으로 응급 처치 방법을 교육한다.
 
경기 도중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우선 심판이 상황을 통제토록 하고 있다. 선수 상태를 확인한 뒤, 팀 닥터와 구급차 투입 여부 등을 결정한다. 의료진이 부상자를 맡으면 홈 경기 관리 책임자 또는 매치 코디네이터가 구급차의 이동과 인근 병원 공조 등 후속 일 처리를 맡는다. 응급 대처 매뉴얼에는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의 위치와 거리, 연락처, 활용 가능한 의료장비, 약품명 등이 담겨 있다.
 
신영록 사고 이후, 2013년 박희도(당시 전북), 몰리나(서울), 2015년 정영총(제주), 2018년 이승모(광주) 등이 경기 도중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불상사 없이 회복했다. 광주 구단은 24일 “김효기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의식과 호흡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밝혔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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