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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2일 만에 등장, 2m 지휘봉 들고 핵카드 흔들었다

중앙일보 2020.05.25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 22일 만에 나타나 핵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4차 확대회의를 열어 핵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겠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24일 보도했다. ‘고도의 격동 상태’는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동적인 상태를 뜻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쉽게 말해 핵, 미사일 전력 등을 유사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협상이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재선에 올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향해 핵·미사일 전력으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중앙군사위 열어 “핵 억제력 강화”
미사일 핵심 이병철·박정천 승진
북·미 협상 안 되자 새 길 모색 위협
청와대 “관련 부서에서 분석 중”

조선중앙통신은 이 회의에서 “국가 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총체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또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알렸다. 통신은 이 회의가 언제 어디서 열렸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에서 ‘핵전쟁 억제력’은 ‘핵무기 전력’의 동의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시험, 실전배치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미국을 위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장 ICBM 시험발사 등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군사회의에서 ‘핵 억제력’이 등장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관련 부서에서 분석 중이다. 지금 말할 내용은 여기까지다”고만 밝혔다.
 
북한 매체들이 24일 보도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m 가량의 지휘봉으로 스크린을 가리키며 군 간부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스크린 내용은 노출을 피하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됐다. [연합뉴스]

북한 매체들이 24일 보도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m 가량의 지휘봉으로 스크린을 가리키며 군 간부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스크린 내용은 노출을 피하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됐다. [연합뉴스]

이달 2일 이후 22일 만에 북한이 공개한 김 위원장 사진에 따르면 안경을 벗은 김 위원장은 회의장에서 선 채로 긴 지휘봉으로 대형 TV 스크린을 직접 가리키며 뭔가를 설명했다. 스크린 화면은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돼 군사자료로 추정됐다. 북한군 장성들이 김 위원장 지침을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멀쩡하며 군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단, 김 위원장의 오른쪽 손목에는 이번에도 검은 자국이 노출됐다. 앞서 2일 북한이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며 공개했던 김 위원장 사진엔 해당 부위에 검은 반점이 보여 일각에선 의료 시술인 스텐트 삽입 흔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미사일 개발 분야의 핵심 인물인 이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리고, 포병 출신인 박정천 총참모장을 군 차수로 승진시키는 등 장성급 인사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새로운 부대들의 조직 편성”도 전해 전력 증강이 이뤄지고 있음을 공개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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