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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진료 26만건…지방환자 “수도권 왕복 안하니 좋았다”

중앙일보 2020.05.25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원격의료 장면. 중앙포토

원격의료 장면. 중앙포토

대구에 사는 A씨(55)는 2018년 3월 수도권의 한 대형 병원에서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6개월마다 호르몬약을 처방받으러 올라온다. 그때마다 새벽같이 일어나 KTX를 타고 와서 전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받고 귀가하면 밤 11시가 된다. 교통비·밥값 등 비용도 만만찮다.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기차 안이나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까’ 불안했다. 그러다 원격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이를 요청했다. 길지 않게 의사와 통화하면서 전화 진료를 받았고 약국으로 ‘팩스 처방전’을 받았다. 그는 “걱정이 많았는데, 원격으로 처방받아서 엄청 좋았다”고 말한다.
 

코로나 사태로 일부서 원격의료
“감염 걱정 없고 팩스 처방전 편리”
은평성모병원선 환자 86%가 만족
의사들은 “환자 상태 판단 어렵다”

세종시에 사는 암환자 B씨(43)도 얼마 전 수도권 종합병원과 전화 진료를 했다. 의사가 “약이 불편하지 않으냐”며 상태를 체크했다. B씨는 “6개월마다 병원에 갈 때 남편과 애들을 데리고 갔다. 세균 감염 우려가 있어 걱정했는데, 전화 진료로 처방전을 받게 돼 편리했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26만 건의 전화 처방과 상담이 이뤄졌는데, 환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환자가 그랬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도 만족감을 표한다. 대구의 30대 학원장은 2월 중순 확진 판정을 받고 고열·근육통 등에 시달렸으나 얼마 안 돼 증상이 좋아져 생활치료센터로 옮겼다. 거기서 대학병원 의료진한테 스마트폰으로 화상진료를 받았다. 이 환자는 “하루에 2회 체온·혈압을 온라인에 올렸고, 좀 특이하게 보이면 의사에게 연락이 왔다”며 “전화 진료로 궁금한 것을 해결했고, 불편 없이 오히려 편했다. 대면진료를 했으면 방호복을 입는 등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 진료 만족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화 진료 만족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가 덮친 은평성모병원은 병원 폐쇄 기간과 직후에 전화 진료를 적극 활용했다. 폐쇄 기간에 하루 평균 630건(평소 외래환자의 25%)을 소화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 환자의 86%가 만족했고, 85%가 다시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만족한다는 의사는 53%에 불과했다. 85%는 환자 파악이, 93%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65%는 다시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57%는 전화 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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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환자 상태나 증상을 판단하기 어렵고 ▶필요한 검사를 할 수 없으며 ▶책임 소재 논란이 있는 점을 단점으로 들었다. 정승은(영상의학과 교수) 은평성모병원 기획실장은 “의사는 환자의 걸음걸이와 표정을 보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판단한다. 전화로 대신하려니 시간이 더 걸리고, 혹시 놓치는 게 없을까 부담을 느낀다”며 “결과를 전화로 이해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1차 의료기관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병 원격 모니터링 중심으로 가되 참여 인센티브를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런저런 장비를 구비하는 원격의료는 우리와 맞지 않다. 이런 건 중국이나 미국형이다. 장비가 필요한 검사는 동네의원으로 가는 게 맞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혈압이나 혈당을 관리하는 핸드폰 진료를 해서 병원에 안 와도 되게 편의를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김정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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