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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호 고민정, 이낙연계는 7층 몰렸다···의원회관 '명당' 어디

중앙일보 2020.05.24 08:00
국회의원회관은 국회의원의 집무실이자 휴게공간이다. 그곳에도 ‘명당’이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층수, 이동의 편의성, 주요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기준이다. 한번 입주하면 임기 4년 간 바꿀 수 없어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호실(號室)에 따라선 수십 명의 당선인이 몰리기도 한다.

30일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화 관계자가 의원실에서 짐을 빼고 있다 [뉴시스]

30일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화 관계자가 의원실에서 짐을 빼고 있다 [뉴시스]

 
지정학적 위치도 중요하다. 호수 자체가 의미를 갖는 경우가 있고, 이웃 의원실과의 관계도 고려사항 중 하나다. 그런 의원회관이 이사철을 맞았다. 4년 마다 돌아오는 의원실 배정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당선인 177명에게 각 의원실 배정 결과를 통보했다. 그 중 정치권의 관심을 모은 ‘방 배치’를 정리했다.

 
◇416호=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을 상징하는 416호는 황운하(대전 중) 민주당 당선인이 사용한다. 황 당선인은 22일 페이스북에 “의원회관 (자리가) 416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썼다. 이 방은 공교롭게 황 당선인이 재판을 받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당사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미래통합당 울산 남을 당선인)이 19대 때 사용했던 곳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 관계자가 의원회관 의원실 입주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현황판 746호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이름이 적혀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 관계자가 의원회관 의원실 입주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현황판 746호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이름이 적혀있다 [연합뉴스]

◇629호=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실 ‘6·29선언’을 연상시키는 이 곳은 ‘문재인 대통령의 입’이었던 고민정(서울 광진을) 민주당 당선인이 입주한다. 고 당선인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6ㆍ29선언은 촛불처럼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6월 항쟁의 결과”라며 “방에 들어갈 때마다 시민들 염원을 가슴에 품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선 ‘미래통합당의 입(대변인)’이었던 전희경 의원이 사용했다.

 
◇615호=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사용했던 이곳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비례대표) 민주당 당선인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DJ 햇볕정책의 상징격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미가 담겨 DJ의 최측근이던 박 의원이 12년간 독점했다. 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다. 김 당선인 측 관계자는 “방에 담긴 의미가 있어 그 뜻을 이어가라고 당이 배려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638호·325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사용해 민주당에겐 상징성이 큰 638호엔 조오섭(광주 북갑) 당선인이 입주한다. 조 당선인은 21일 페이스북에 “의원실 배정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참 놀랐다”며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국회의원 당시 썼던 325호는 20대 국회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권칠승(화성병) 의원이 그대로 사용한다. 권 의원은 문 대통령의 의원 시절 정무특보였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기존 의원이 사용하던 방은 ‘사용자 우선 관례’에 따라 사용 중인 의원의 의사가 먼저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의원실의 배치는 의원 간 친소와 계파를 보여주기도 한다. 과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는 김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사용한 218호 주변에 자리를 잡았었다. DJ의 동교동계는 DJ가 쓴 328호 주변에 자리를 잡아 자연스레 두 계파가 2, 3층으로 나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대 총선 직후 의원회관 5층에서 6층으로 방을 옮기자 서청원 의원 등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대거 6층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8일 광주 상무지구의 한 음식점에서 21대 총선 호남 지역 당선인들과 오찬에 앞서 같은 당 이개호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8일 광주 상무지구의 한 음식점에서 21대 총선 호남 지역 당선인들과 오찬에 앞서 같은 당 이개호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5선에 성공한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쓰던 746호에 둥지를 튼다. 7층에는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오영훈(제주을) 의원이 배치됐다. 이 의원은 기존에 사용하던 719호를 그대로 쓰지만, 오 의원은 기존 715호에서 이 위원장의 방과 가까운 731호로 이사한다.

 
이 위원장과 정치부 기자 시절을 함께 한 윤영찬(성남중원) 당선인도 726호로 이 위원장의 지근거리에 위치하게 됐다. 그의 옆 의원실에 윤건영(서울 구로을 727호)·한병도(익산을 728호) 등 청와대 출신 당선인들이 나란히 포진했다. 의원회관 옆에 새로 생긴 소통관이 시야를 가려 의원회관 ‘로열층’이 5~6층에서 7~8층으로 바뀐 것도 특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수의 중진 당선인이 고층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광복의 의미를 담은 815호와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518호는 각각 기존에 사용하던 박찬대(인천 연수갑·민주당), 이용호(남원-임실-순창·무소속) 의원이 계속 머문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10층은 경호 문제로 탈북민 출신 태영호(서울 강남갑) 미래통합당 당선인과 지성호(비례대표)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사용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다만 지 당선인은 “6층을 희망한다”고 했다. 19대 국회 당시 탈북민 출신 조명철 의원은 10층을 썼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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