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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잔칫날 中에 사실상 선전포고···美 "한국과 손 잡겠다"

중앙일보 2020.05.22 16:2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문장이 찍힌 20일 미국의 중국 전략 보고서는 시 주석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문장이 찍힌 20일 미국의 중국 전략 보고서는 시 주석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와 인권 탄압, 안보 불안 등이 미국의 국익에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적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 보고서 좌측 상단엔 미국 대통령 공식 문장이 박혀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 격”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20일 내놓은 중국전략보고서 첫머리. [캡처]

미국이 20일 내놓은 중국전략보고서 첫머리. [캡처]

중국의 최대 국가 이벤트이자 잔칫날이라고 할 수 있는 양회(兩會)가 시작된 21일 공개된 이 보고서는 중국발 이슈의 1순위로 경제를 꼽았다. 보고서는 “중국은 자칭 ‘성숙한 경제’라고 말하는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등에선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놓지 않으려 한다”며 “자국 기업에 불공정한 혜택을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상에서의 절도행위를 통해 전 세계에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적었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대해선 “중국의 내수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중국 표준을 확산시켜 자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한국도 등장한다. 보고서는 "중국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는 데 동맹국과 긴밀히 연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비전’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아직 명시적 동참을 택하지 않고 있는 이 구상은 2017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과 공감대를 통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해 일본에 방문해 아베 총리와 함께 공동 외교 전략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보고서는 일본 다음으로 인도의 ‘역내 모두를 위한 안보와 성장 정책’, 호주의 ‘인도-태평양 구상’을 열거했다. 이어 한국의 ‘신남방(New Southern) 정책’, 대만의 ‘신남방(New Southbound) 정책’을 언급했다. 한국 역시 반중 동맹 그룹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경제 분야에선 이미 구체적 구상과 제안도 나온 상태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구축하자며 한국의 동참을 공식 제안한 것이다. 이는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20일(현지시간) 국무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전화 브리핑에서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2일 기자들에게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크라크 차관은 화웨이에 대해서도 한국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수차례 요구했던 인물이다. 
 
화웨이는 중국 전략 보고서에도 등장했다. 보고서가 중국이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5G(5세대)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 대해 “안보의 우려가 있다”고 적은 대목에서다. 보고서는 화웨이 등 중국 회사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중국은 국가사이버보안법과 같은 차별적 규제에서 볼 수 있듯 불공정한 방식으로 세계 정보통신 업계를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고 적었다. 화웨이와 ZTE는 ‘해외에서 다른 국가와 그 기업에게 안보 취약성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
  

미국이 중국 전략 보고서를 발표한 20일(현지시간), 중국에선 국가 최대 '잔칫날'에 해당하는 양회가 개막했다. 베이징의 한 시내 상점의 노트북에서 양회에서 참석한 시 주석의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 전략 보고서를 발표한 20일(현지시간), 중국에선 국가 최대 '잔칫날'에 해당하는 양회가 개막했다. 베이징의 한 시내 상점의 노트북에서 양회에서 참석한 시 주석의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역린’으로 받아들이는 인권탄압 이슈도 건드렸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탄압과 티벳ㆍ파룬궁 탄압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다. 미·중 양국 관계에 밝은 한 당국자는 "중국이 듣기 싫어하는 말만 골라서 쓴 셈"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2017년 12월 발표했던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의 후속판으로, 대중국 전략에만 집중했다. 미 국무부에서도 “중요한 문건”이라며 동맹국 관료와 학계에 일독을 권하고 있다. 
 
시 주석 이름까지 거명한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대중 기조를 적대적으로 변경하겠다는 공식 발표나 다름없다. 미·중 갈등이 설전(舌戰)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1979년) 미ㆍ중 수교 후 약 지난 41년간 지켜왔던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기조를 ‘전략적 경쟁’으로 수정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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