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른 법인인데…정의연 해외 기부금 페이팔 입금처는 정대협?

중앙일보 2020.05.22 05:00
20일 오후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해외 기부금을 모집할 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사용한 메일을 페이팔(이메일 송금 서비스) 입금처로 사용한 것으로 22일 나타났다. 두 단체는 지난 2018년 조직을 통합한다고 밝혔지만, 감독관청·소재지 등도 다른 별도 법인이다. 만약 정대협 메일과 연동한 은행 계좌가 정의연이 등록한 계좌가 아니라면 현행 기부금품법 위반 소지가 있다. 
 
그동안 정의연은 해외 기부를 받을 때 페이팔을 활용했다. 페이팔은 상대방 이메일을 은행 계좌처럼 입력해 송금할 수 있는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다. 이메일 주소에 본인의 은행 계좌를 연동해 놓으면, 해외에서도 메일을 보내듯 실시간으로 송금할 수 있다.
 

정대협 페이팔 이메일, 어느 계좌와 연동? 

정의연은 페이팔 기부를 위한 대표 메일로 'war_women@naver.com'란 주소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주소는 정대협이 사용한 대표 메일 주소다. 만약 이 메일주소가 정대협의 은행 계좌와 연동돼 있다면, 해외 기부자가 정의연에 부친 기부금이 정대협 계좌로 들어가는 게 된다. 정의연은 국세청에 대표 메일 주소로 'justicefund@daum.net'를 등록해 놨다. 2018년 통합을 선언한 이후 정대협 이메일 주소를 정의연이 함께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두 단체가 쓰고 있는 메일 주소가 어떤 단체의 기부 계좌로 연동돼 있는 지는 확실치 않다.
 
정의기억연대가 홈페이지에 올린 해외 기부 페이팔 메일 주소. 이 주소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이용했던 메일과 같다. [정의기억연대 캡쳐]

정의기억연대가 홈페이지에 올린 해외 기부 페이팔 메일 주소. 이 주소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이용했던 메일과 같다. [정의기억연대 캡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과거 기부자에게 공지한 내용에는 단체 대표 메일로 'war_women@naver.com'이란 주소가 나와 있다. 이는 정의연이 현재 해외 기부 페이팔 메일로 사용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페이스북 캡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과거 기부자에게 공지한 내용에는 단체 대표 메일로 'war_women@naver.com'이란 주소가 나와 있다. 이는 정의연이 현재 해외 기부 페이팔 메일로 사용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페이스북 캡쳐]

기부금은 지정기부금단체가 행정안전부에 등록한 계좌로만 받을 수 있다. 미등록 계좌로 기부금을 받게 되면 횡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만약 정의연이 해외로부터 기부받은 돈이 정대협 계좌로 들어갔다면 기부금품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 같은 행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개별 단체가 등록하지 않은 계좌로 기부금을 받으면 기부금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단체가 한 데 기부금 받으면? 

두 지정기부금 단체가 법인 구분 없이 기부금을 한 데 받게 되면 회계 부정으로 연결된다. 두 단체가 별도 계좌로 기부금을 모집했을 때는 운영성과표(손익계산서)에 기록하는 '기부금 수익'에 따로따로 받은 기부금 액수를 그대로 기록하면 된다. 그러나 계좌가 구분돼 있지 않으면 어느 법인에 귀속하는 기부금 수익인지 알 수 없게 된다. 특히 불명확한 기부금 계좌 운영은 일종의 '차명계좌' 이용으로 개인의 기부금 횡령 의혹이 증폭될 수 있다.
 

정의연·정대협, 기부금 주고받기도 

정의연과 정대협은 별도 법인이지만, '한 몸'처럼 운영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정의연이 2018년 7월 정대협과 조직 통합 계획을 밝히면서다. 두 단체는 지난해 내부 자금을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두 단체 모금액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정대협은 2019년 7월 국제협력 목적으로 정의연에 3200만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11월 정의연은 박물관사업과 그 외 목적으로 정대협 소유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과 그 외 지급처에 6130여만원을 썼다. 당시 두 단체 대표는 모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대협 활동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중점을 뒀다면, 정의연은 세계 여성 인권 사업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며 "두 단체가 다른 목적사업으로 기부를 받은 만큼 서로 내부 자금을 주고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정의연에 전화·문자로 연락했으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