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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포 10억으론 못산다던 윤미향···문건엔 '돈 부족' 없었다

중앙일보 2020.05.22 05:00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10억으로 마포의 어느 곳에도 집(쉼터)을 살 수 없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지난 18일 위안부 피해자 쉼터 부지를 서울 마포 박물관 인근 대신 경기도 안성으로 변경한 이유를 밝히며 내놓은 해명이다. 당시 윤 당선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10억원을 지정 기부한) 현대중공업이 처음에 박물관 옆 건물에 대한 예산 책정을 잘못한 것 같다”라고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내놓은 기부금이 부족해 쉼터 부지를 안성으로 불가피하게 옮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제출한 ‘힐링센터 지원사업에 관한 활동보고 건’(2013년 작성) 문건에는 기부금이 부족하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모금회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이 문건은 현대중공업의 10억원 기탁 반년 뒤인 2013년 2월 7일 정대협이 작성했다. 쉼터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이유를 밝힌 일종의 '해명자료'였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지난 2013년 2월 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제출한 '힐링센터 지원사업에 관한 활동보고 건' 문건. 박물관 인근 주택 주인의 사정(양도세 등)이나 임차인 문제, 부지 적절성 등이 지연 이유로 적혀 있다. [곽상도 의원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지난 2013년 2월 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제출한 '힐링센터 지원사업에 관한 활동보고 건' 문건. 박물관 인근 주택 주인의 사정(양도세 등)이나 임차인 문제, 부지 적절성 등이 지연 이유로 적혀 있다. [곽상도 의원실]

정대협은 이 문건에서 ‘힐링센터 건립 추진의 문제점(난항)’을 거론하며, “(매입하려는) 박물관 옆 주택은 주인 대신 임차인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며 “주택 주인도 정대협에 양도 의향을 전해왔다. 그러나 신속 매입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택 주인이 매각시 낼) 양도세 등 경제적 파생 문제가 있어 시기가 지연되고 있고, (주택 주인이) 임차인과도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금 부족이 아니라 주택 주인의 사정 때문에 주택 구입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문건에는 인근의 다른 주택을 매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적혔다. “힐링센터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대지, 주택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대협은 “어려움이 있지만, 정대협 정책협의회에서는 박물관 옆 부지를 매입하는 안을 상반기 주력 활동으로 펴기로 했다”며 “급박하게 부지를 선정하기보다는, 최선의 부지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활동 보고를 끝맺었다. 7개월 뒤 정대협은 마포 부지 대신 경기 안성의 2층 쉼터를 7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적정가보다 수억원 부풀려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윤 당선인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21일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물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정의기억연대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21일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물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정의기억연대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통합당은 “윤 당선인이 ‘10억 부족’ 해명을 급조한 의혹이 짙다”고 공세에 나섰다. 통합당 윤미향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정대협이 작성한 이 문건에는 기부금이 부족해 쉼터 부지를 매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전혀 없고, 다른 이유만 적혀 있다”며 “과한 가격에 안성 쉼터를 매입한 것을 감추려 ‘10억원으론 마포 주택 못 샀다’는 해명을 만든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대협이 쉼터 부지를 물색하던 2013년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서는 총 26건의 거래(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가 이뤄졌는데, 이 중 20건(77%)이 10억원 이하에 거래됐다. 모금회는 2015년 안성 쉼터에 대해 사업 평가 C등급, 회계 평가 F등급을 매겨 정대협에 전달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윤 당선인과 정의연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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