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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서울병원, 정부와 607억원 메르스 소송서 이겼다

중앙일보 2020.05.22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정부와의 600억원대 소송에소 승소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삼성서울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과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모습. [뉴스1]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정부와의 600억원대 소송에소 승소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삼성서울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과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모습. [뉴스1]

삼성서울병원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한 정부와의 607억원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 금액은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삼성서울병원에 지급하지 않은 메르스 손실보상금이다. 정부는 감염병 사태로 의료기관의 손실이 발생하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줘야 한다.  
 

607억원에 이자도 받는 삼성서울병원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던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대법원 상고를 하며 끝까지 버텼다. 하지만 대법원이 "삼성서울병원이 고의로 메르스 역학조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원심 판결을 14일 확정(심리불속행 기각)하며 607억원과 지연 이자까지 물어주게 됐다. 
 
메르스 사태 당시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삼성서울병원. 이번 소송에선 어떻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일까. 법원은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을 묻기엔 당시 보건복지부의 잘못도 만만치 않다고 봤다. 
 
2015년 당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왼쪽 넷째)등 의사들이 메르스 총력 대응을 위한 병원 부분적 폐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당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왼쪽 넷째)등 의사들이 메르스 총력 대응을 위한 병원 부분적 폐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메르스 판결의 쟁점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의 잘못이라 지적한 것은 슈퍼전파자라 불린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을 지연 제출해 역학조사를 방해한 점이었다. 2015년 5월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14번 환자는 총 81명을 3차 감염시켰다. 그중 16명이 사망했고, 17명의 4차 감염이 발생했다. 
 
14번 환자의 확진판정은 5월 30일에 났고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관들은 삼성서울병원에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과 연락처를 요구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밀접접촉자 117명의 명단을 5월 31일, 전체 접촉자 678명의 명단을 6월 2일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이 명단을 6월 6일 지역의료시스템에 입력했고 7일 각 보건소에 통보됐다. 5월 30일 확진 판정과 6월 7일 보건소 통보 사이에 일주일 간극이 발생했다. 메르스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정부와 다른 법원의 판단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을 확진 이틀 뒤에야 제출해 역학조사를 방해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당시 역학조사관들이 접촉자 678명 명단 전체를 요구했다는 증거가 없는 점, 삼성서울병원이 정부의 요구에 적극 응했던 점 등을 볼때 역학조사를 방해할 고의가 없다고 봤다. 정부가 당시 명확하게 연락책이 담긴 전체 접촉 명단을 요구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란 판단이다.
 
삼성서울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서울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법원은 또한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받은 접촉자 명단을 보건소에 뒤늦게 통보해 '메르스 확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에만 책임을 묻기엔 정부도 잘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처분했던 806만원의 과징금도 취소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항소심 판결 뒤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 중 누가 누가 더 못했나에 관한 판결'이란 판결비평을 참여연대에 기고했다.  
 

코로나19 보상에도 영향 미칠 듯 

의료계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의 손실보상금 지급을 애태우는 상황에서 법원이 의료기관의 감염병 확산 책임과 손실보상금 지급간의 관계를 엄격히 봤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정부가 상고 결정을 했을 때 유감을 표명했다. 민간 의료기관이 손실을 감수하며 감염병 대응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감염병 확산'의 책임까지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발이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이 청구한 모든 손실보상액을 지급한 것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약 1100억원 상당의 손실보상액을 정부에 청구했었다. 정부는 그중 607억원만을 인정했고, 이 금액이 소송대상이 됐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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