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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갑자기 호텔방 들이닥쳐···이용수 할머니 손이 떨렸다"

중앙일보 2020.05.22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지난 19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만남은 윤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갑자기 들이닥쳐 이뤄진 것으로, 이 할머니는 당시 상황을 불편해했으며 화해의 의사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미향(左), 이용수(右)

윤미향(左), 이용수(右)

 

19일 대구 만남, 무슨 일이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 일 돕느라
할머니 측근이 자리 비운 사이
남성 2명 포함 윤씨 일행 6명 방문
윤씨 용서 구하자 할머니 “뭘?” 반문

그간 지근거리에서 이 할머니를 도와온 A씨는 20일 월간중앙과 만나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그의 설명을 근거로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 19일 저녁 이 할머니가 머무르는 호텔 방에 도착하자마자 윤 당선인이 찾아왔다. 윤 당선인을 포함해 관련 인사까지 모두 6명이었다.
 
이날 저녁 A씨는 대구의 한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일을 돕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터였다. 그 사이 대구 지역 여당 쪽 인사의 가족이자 시민단체 대표인 B씨가 이 할머니를 호텔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할머니는 A씨에게 빨리 자신을 데리러 와 달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이미 방에 들어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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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호텔로 향했다. 전화기 너머로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이 할머니는 용서나 화해 등의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A씨가 호텔 방 앞에 도착하자 윤 당선인의 보좌관으로 보이는 남성과 또 다른 남성이 A씨를 막아섰다. A씨는 “내가 이 할머니를 계속 모셔왔다. 비켜서라”고 하며 벨을 눌렀고, 마침 그때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이 방에서 나왔다.
 
A씨는 “이 할머니의 떨리는 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게 ‘내가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내려오라’고만 했다”고도 말했다.
 
이 할머니는 21일 오전 대구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윤 당선인과의 만남이 불편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윤 당선인이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하자 이 할머니는 “뭘?”이라는 반응으로 답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며 윤 당선인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를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직후부터 수차례 이 할머니를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이 할머니가 원치 않아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당초 19일 만남 성사를 두고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과 화해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A씨의 설명과 이 할머니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를 일방적으로 찾아와 화해한 것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려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마침 A씨가 자리를 비우고 여당 인사의 가족 B씨가 이 할머니 옆에 있을 때 윤 당선인이 찾아온 것도 공교롭다. 실제 이 할머니의 또 다른 지인은 이번 만남을 주선한 것은 한 시민단체라고 주장했는데, A씨는 이 단체를 돕기 위해 할머니 곁을 잠시 비웠다.
 
이에 대한 윤 당선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한 학계 인사는 상황을 묻는 질문에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B씨와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할머니 숙소를 알고 들이닥친 사람이 윤 당선인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거나 위험한 사람이었으면 어쩔 뻔 했느냐”며 “위치를 흘린 사람에 정말 화가 난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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