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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증언 "정대협서 더러운 돈 받지 말라했다"

중앙일보 2020.05.21 15:06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측 기금을 받지 못하도록 종용한 사실이 없다"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해명과 배치되는 피해자 증언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정대협 활동 관련 논문

21일 한국정신대연구소 연구원 출신 김정란씨가 2004년 쓴 박사 논문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전개와 문제인식에 대한 연구:정대협의 활동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1990년대 일본이 정부 차원의 ‘국가 배상’은 아닌, 시민들이 모은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지급하려 했을 당시 상황이 상세히 나와 있다.
 
논문에 따르면 정대협은 1997년 1월 당시 피해자 7명이 일본의 국민기금을 수령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극소수 할머니들의 행동은 다른 많은 할머니를 더욱 굴욕스럽게 하고 있다”며 섭섭함을 표출했다.
 
실제 활동가들과 국민기금 수령 할머니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증언도 있다. 논문이 인용한 증언집에서 석복순 할머니는 “우리는 나이 먹고 자꾸 죽어간다. 아무 데고(아무 데서나) 마저 주는 돈 받아서 쓰고 죽겠다. 다수가 이거야… 할머니들 요구가 무리도 아니고, 거기서 인제 또 정대협에서 (국민기금을) 주지 말라고 일본에 소문을 퍼뜨려 놨더라”고 말했다.
 
석 할머니는 또 “아무 거고(아무 것이나) 몇천만 원이나 주면 주는 대로 할머니들 타 먹게 내버려 두지… 할매들은 다 죽어가잖아. 그런데 모금을 받지 말라, 그것 받으면 더러운 돈이다, 화냥년이다, 이런 귀 거슬리는 소리만 한다”고 토로했다.
 
논문에 따르면 정대협은 ‘일본과 피해자들 사이에 신뢰회복이 선행되지 않아서’ ‘국민기금은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일본 정부에 주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다시 한번 짓밟는 것’이라는 이유로 국민기금 수령을 반대했다. 당시 정대협은 성명에서 “일본의 국민기금을 받아들인 일곱 명의 할머니들의 행동은 올바르지 못했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석복순 할머니의 증언이 담긴 논문.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전개와 문제인식에 대한 연구 : 정대협의 활동을 중심으로』 캡처

석복순 할머니의 증언이 담긴 논문.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전개와 문제인식에 대한 연구 : 정대협의 활동을 중심으로』 캡처

해당 논문 저자인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논문은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면서 “당시 논문 내용으로 정대협 측이 반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염 정의기억연대 운영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40차 수요시위에서 “일본 정부가 1994년 8월에 발표한 국민기금을 정대협이 못 받게 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받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것은 일말의 진실도 없는 왜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출연금으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이 합의로 인해 우리 정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관련 발언을 중단했고, 철거 위험에 봉착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려고 어린 학생들이 추운 겨울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다”며 “그때의 부정의한 상황과 좌절감을 저희들 모두 잊을 수 없다. 그 와중에 할머니들께 지원금을 받지 말라는 원칙에 어긋난 행태를 정대협이 어떻게 했겠느냐”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둘러싼 후원금 유용을 비롯한 논란은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에서 시작됐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을 향해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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