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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1유로 집'에 갇힌 사람들 "빈집에 홀로, 궁극의 격리 경험"

중앙일보 2020.05.21 14:56
이탈리아 토스카니 지역의 한 오래된 마을. [픽사베이]

이탈리아 토스카니 지역의 한 오래된 마을. [픽사베이]

 
지난해 말 이탈리아는 인구가 크게 줄어든 시골 빈집을 1유로(1350원)에 내놨다. 토스카나, 시칠리아(시실리) 섬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곳들이다. 젊은이들이 떠난 빈 자리에 파격적인 집 값을 내 걸고 외지인을 끌어들이려 한 것이다. 단 조건이 있었다. 3000~5000달러의 보증금을 내고 이 집에서 몇 년 간은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목가적 삶을 꿈꾸는 외국인, 외지인들이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로 이주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닥쳤다. 
 
20일(현지시간) CNN은 와인의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중해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근황을 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닥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가족과 친구와 떨어진 채 낮선 시골 마을에서 예상치 못한 격리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몇달이 흐른 지금, 이들은 목가적 삶을 즐길 여유를 찾게 됐다. 
 

시칠리아 섬에 갇힌 마이애미 출신 예술가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예술가 알바로 솔로자노. 시칠리아섬에 격리 중이다. [CNN]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예술가 알바로 솔로자노. 시칠리아섬에 격리 중이다. [CNN]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예술가 알바로 솔로자노는 시칠리아의 무소벨리 마을에 갇혔다. 그는 지난해 말 이곳에 두 채의 집을 싼값에 샀다. 그중 하나는 1유로짜리다. 지난 3월 부인, 아들, 아들의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에 도착해 집수리를 시작했다. 셋은 곧 마이애미로 돌아갔고 솔로자노 역시 2주 뒤 돌아가려 했지만,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항공편이 취소돼 홀로 이곳에 갇혔다.
 
솔로자노는 타국에서 가족도 없이 궁극의 자가격리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가구도 없고 침대도 없고 TV도 없이 혼자 무소멜리의 빈집에 있었다"며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떠올렸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대화를 나눌 사람 없이 홀로 지낸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면 아마 격리 기간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이주 계획 중인 솔로자노가 구입한 1유로 주택. 무소멜리 마을에 있다. [CNN]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이주 계획 중인 솔로자노가 구입한 1유로 주택. 무소멜리 마을에 있다. [CNN]

 
이웃들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담요와 히터도 주고 부활절 음식도 나눠줬다. 그는 이제 무소멜리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연환경을 감상할 정도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한다. 세 번째 집을 사는 것도 생각 중이다. 

 

토스카나서 온라인으로 사업 진행

토스카나로 온 브라질 사업가 더글라스 로크도 건물 개조 공사를 하러 지난 2월 이 지역으로 왔다가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 그는 브라질 남부 상파울루 출신으로 지난해 1유로짜리 농장 주택을 샀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온 더글라스 로크(오른쪽). 그는 토스카나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어하는 다른 브라질 사람들을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NN]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온 더글라스 로크(오른쪽). 그는 토스카나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어하는 다른 브라질 사람들을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NN]

구입한 건물은 수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 그는 당장 머물 곳을 찾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   
 
그는 "처음에는 모든 게 봉쇄된 이곳에서 건물 개조를 시작해야 하는 게 정말 끔찍했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환경에서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졌고 나는 브라질에 있는 가족을 걱정하고 브라질에 있는 가족은 나를 걱정하는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로크는 이내 방법을 찾았다. 모든 일 처리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것이다. 브라질에 있는 이탈리아 건물 구매자, 건축 회사 등과 온라인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을 진행했다. 그 사이 토스카나 지역의 베르가몰리라는 마을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 코로나19가 괜찮아지면 베르가몰리에서 주택을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그는 "토스카나는 역사가 깊고 예술가적 영감이 넘치는 완벽한 도시"라고도 말했다.
 
이탈리아는 21일 현재 전세계서 4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나라다. 누적 확진자 22만 7364명, 사망자 3만2330명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3월 11일 전국 상점 휴업령을 발표하고 사실상 모든 국민의 이동을 금지했었다. 전국 휴업령 이후 두 달이 지난 지난 18일부터 일반 소매 상점과 음식점, 카페, 술집, 미용실 등은 영업이 허용됐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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