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사 방식 바꾸자 소득불평등 축소···'통계의 마법' 통한건가

중앙일보 2020.05.21 14:49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2018년 8월 27일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은 눈물의 이임식을 했다. 준비한 이임사를 읽으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 바로 전날 청와대는 황 청장을 포함한 차관급 6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했다.  
 
황 청장의 갑작스러운 경질을 두고 ‘가계동향조사’ 통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해 1분기와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이 8%, 7.6%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 주도 성장’에 반하는 결과였다.
 
강신욱 통계청장. 뉴스1

강신욱 통계청장. 뉴스1

강신욱 통계청장이 뒤를 이어 임명됐다. 가계동향의 표본집단과 조사 방식을 바꾸는 대대적 개편이 이뤄졌다. 약 7200가구를 전용 표본으로 새로 설정하고, 면접·설문이 아니라 가계부를 적도록 하는 형태로 조사 방식을 바꿨다. 소득과 지출을 따로 집계·발표하던 것도 통합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21일 통계청은 달라진 표본집단, 조사 방법을 적용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이날 가계동향조사 기자회견은 이례적으로 강신욱 청장이 직접 했다. 보통은 복지통계과장이 하던 발표다.
 
‘통계의 마법’이 통한 걸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벌이는 줄지 않았다. 올 1분기 월평균 149만8000원 소득을 올렸는데 전년과 동일했다. 강 청장은 “사업소득이 6.9% 증가했고, 이전소득이 기초연금 및 사회수혜금 등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으나 지난 분기 증가로 전환되었던 근로소득이 다시 감소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1분기 저소득층 일자리가 많이 사라져 월급이 줄긴 했지만, 기초연금 같은 정부 지원, 사업을 해서 번 돈이 있어 벌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쪽에선 '소주성' 정책의 효과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정부 돈으로 메운 '땜질 소득'이란 비판이 나온다.  
 
벌어진 소득 격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벌어진 소득 격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통계의 마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득 분배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냐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은 올해 1분기 들어 나빠지긴 했다. 새 방식으로 동등 비교했을 때 얘기다.
 
그러나 기존 방식과 새 방식으로 지난해 수치를 비교하면, 마법처럼 배율이 축소된다. 과거 조사 방식으로는 지난해 5분위 배율이 1분기 5.80배, 2분기 5.30배, 3분기 5.37배, 4분기 5.26배였다. 반면 달라진 통계 기준으로는 1분기 5.18배, 2분기 4.58배, 3분기 4.66배, 4분기 4.64배로 크게 개선됐다. 5배 이상 벌어졌던 하위 20%, 상위 20% 소득 격차가 4배로 좁혀진 것이다.
 
예상됐던 결과다. 통계청은 2017년까지만 가계동향조사를 할 예정이었다.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정치권, 학계의 요구가 거셌고 황 청장은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신 표본가구 수를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렸다. 이후 가계동향조사에서 하위 20% 소득이 계속 나빠지는 결과가 나왔다. 여당 측에선 표본을 늘리는 과정에서 고령층 저소득 가구가 많이 포함돼 이런 통계가 나온다는 비판이 일었다. 강 청장으로 교체된 후 조사 대상 가구 수는 7200가구로 줄였고, 표본집단에 대한 조정도 이뤄졌다. 그리고 이날 바뀐 표본과 조사 방식을 근거로 한 소득분배지표가 처음 공개됐다. 이전 조사 방식보다는 확연히 개선된 수치가 나왔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280만가구에게 지급예정인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280만가구에게 지급예정인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조사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서 2018년 이전 통계와는 비교가 아예 불가능하다. 통계의 가장 큰 목적이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을 추적하는 것인데, 이런 이유로 가계동향조사가 방향을 잃은 ‘반쪽 통계’란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통계상 허점도 여전하다고 비판한다.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 당선인은 “큰돈을 들여 가계동향조사를 개편해 실시하면서 1인 가구를 포함하지 않았다”며 “전체 가구의 30%를 넘는 1인 가구를 뺀 통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국내 1인 가구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령층·청년층 비중이 높다. 저소득층이 몰려있는 1인 가구를 뺀 소득분배지표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조사 방식 그 자체에 의해서 낮아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기존의 조사 방식대로 나왔던 소득 5분위 배율은 기존의 시계열의 흐름대로 해석을 하는 게 맞고 2019년에 두 가지의 수치가 있다고 해서 ‘더 낮은 수치가 사실이다’, ‘더 높은 수치가 현실이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