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남자의 반대는 여자? 염색체만 다를 뿐인데…

중앙일보 2020.05.21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61)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 부른다. 21이 둘이 하나 되는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남과 여, 인류 역사 기간만큼이나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알고자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다 알 수 없는 사이가 아닌가. [사진 Pixabay]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 부른다. 21이 둘이 하나 되는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남과 여, 인류 역사 기간만큼이나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알고자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다 알 수 없는 사이가 아닌가. [사진 Pixabay]

 
부부의 궤도
 
누군가 말했지
당신은 샛별에서
난 붉은 별에서 왔다고
 
궤도의 안쪽을 도는 당신은
늘 나보다 한 발 앞서서 보며 살지
조금 일찍 익은 향기를 뿜어내지
마음 설레는 온통의 기운이지
 
숨은 말뜻 몸의 뜻을 몰라
귀머거리 반벙어리 어버버
자리 피하고 화만 돋웠지
지고 말았다는 부끄러움이지
 
남의 편과 여의 편
어느 하나만 다르고
나머지는 모두 같다는 말이지
서로 빼닮은 이웃이지
 
온전한 한 짝이 그리워
땅의 궤도 둘레를 묵묵히
두 발로 걷는 중이지
 
해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 부른다. 21이 둘이 하나 되는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남과 여, 인류 역사 기간만큼이나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알고자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다 알 수 없는 사이가 아닌가. 둘 사이에 확실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며 어떻게 다른지 받아들이는 데에는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다.
 
화성인은 어디론가 사라져 자기를 괴롭히는 문제를 조용히 생각해보길 즐기는 대신 금성인은 자신의 문제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픈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사진 Pixabay]

화성인은 어디론가 사라져 자기를 괴롭히는 문제를 조용히 생각해보길 즐기는 대신 금성인은 자신의 문제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픈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사진 Pixabay]

 
몇 년 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적이 있었다. 남녀 차이를 그렇게 쉽고 뚜렷하게 정의한 적이 없었다. 특징적 내용이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남자는 어떻게든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전진하는데 비해 여자는 감정을 우선으로 해 공감해주기를 바라며 쓸데없는 조언과 보살핌을 제공하려 든다.
 
화성인은 어디론가 사라져 자기를 괴롭히는 문제를 조용히 생각해보길 즐기는 대신 금성인은 자신의 문제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픈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여성의 사랑은 파도처럼 리듬감 있게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남자가 원하는 사랑은 신뢰해주고 인정해주고 감사하는 종류인데 비해 여성은 존중받기를 원한다.
 
남녀 간에 사랑을 채점하는 방식도 다르다. 금성인에게 사랑의 선물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같은 비중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나의 큰 선물에 많은 점수를 주기보다 누적된 작은 사랑의 표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남자는 자기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받았을 때 최상의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니 화성인에게는 원하는 그 선물을 물어보는 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남녀 간에 차이를 성숙해 가는 주기로 설명한다. 여성이 자라서 초경을 시작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폐경에 이르는 나이를 7의 배수로 설명한다. 황제내경 첫 편인 상고천진론에 나온다. 여자는 7세에 신(腎, 콩팥)의 정기가 성해 이와 모발이 왕성해진다. 2x7, 14세에 천계(天癸, 하늘의 수분)가 이르러 임맥(任脈)이 통하고 태충(太衝)맥이 성해 생리가 터진다. 21세에 성장이 최고에 이른다. 28세에 근골이 단단해지고 35세에 양명맥(위와 장)이 약해지기 시작해 얼굴이 푸석해지고 모발이 약해진다. 42세에 삼양의 장기가 약해져 얼굴이 그을리고 모발이 희어진다. 7x7, 49세에 천계가 고갈되어 폐경이 오고 임신을 못 하게 된다.
 
남성은 8의 배수로 성숙과정을 설명한다. 2x8, 16세에 생식기능이 자라 2차 성징이 나온다. 3x8, 24세까지 성장이 계속된다. 32세에 근골이 융성해져 살집이 탄탄해진다. 5x8, 40세에 모발이 탈락하기 시작하고 48세에 얼굴이 초췌해지며 모발이 쇠게 된다. 7x8, 56세에 간기능이 약해지고 천계가 줄어 정력이 약해진다. 8x8, 64세에 치아가 빠지기 시작한다.
 
내경에서 설명은 여성의 성숙도가 남자보다 빠르며 49세가 넘어가면 여성으로서 생식 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자가 이 나이가 지나면 생식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역할에 힘써야 한다는 말도 된다. 남녀가 결혼하는 나이도 남자가 서너 살 많은 게 내경의 이치에 맞는다. 여자 21세와 남자 24세가 동류이며, 여 28세와 남 32세, 여 35세와 남 40세가 비슷한 성숙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남녀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여기서 음체인 여성은 ‘양의 수 7’ 배수로 성숙해가고, 양체인 남성은 ‘음의 수 8’ 배수로 성숙하는 이치가 무슨 의미인지 잘 살펴야 한다.
 
실제 태양계에서 금성과 지구, 화성의 궤도를 살펴보면 지구의 궤도를 1로 보았을 때 금성은 0.7로 빠르고 화성은 1.5로 느리다. 금성과 화성에서 지구를 향해 빛을 쏘았을 때 금성에서는 9분이 걸리고 화성에서는 15분이 걸린다. 우리 인간이 동시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따지고 보면 24분의 여유가 있다는 말과 같다. 금성인과 화성인은 24분의 차이를 인정하고 극렬하게 맞부딪치는 경우를 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바로 지금은 없다’며 절대적 동시성을 인정하지 않은 아인슈타인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하겠다.
 
꼭 남녀만이 대대상보(待對相補)하는 음양의 관계가 아니다. 인간사 모든 이치 즉 정치, 경제, 사회 각 방면에서 음양의 조화는 필요하다. 반대편 같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보완하라는 뜻이리라. [사진 Pixabay]

꼭 남녀만이 대대상보(待對相補)하는 음양의 관계가 아니다. 인간사 모든 이치 즉 정치, 경제, 사회 각 방면에서 음양의 조화는 필요하다. 반대편 같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보완하라는 뜻이리라. [사진 Pixabay]

 
남자라는 말과 여자라는 말은 서로 반대말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남녀의 차이는 개와 고양이 차이보다 작다. 남녀는 동물이며, 포유류이며, 영장류이며 같은 인간이다. 단지 성염색체만 다를 뿐이다. 반대말이라는 것은 수많은 동류 속에서 단 한 가지만 다를 때 쓰는 말이다. 개와 고양이는 아예 반대말 범주에 속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같으면 동의어이고 딱 하나만 다를 때 반의어 또는 반대말이라고 표현할 뿐이다. 남녀가 반대말이라는 어감에 속지 말자. 거의 같기에 반대말이란 표현을 쓸 수 있다.
 
한의학에서 음양을 짝(待對)이며 상보(相補) 관계라고 설명한다. 둘이 모여야만 온전한 하나가 되고 때에 따라 서로의 부족한 면을 보충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서양철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대립의 일치(coincidentia oppositorium)’라고 설명한다.
 
꼭 남녀만이 대대상보(待對相補)하는 음양의 관계가 아니다. 인간사 모든 이치 즉 정치, 경제, 사회 각 방면에서 음양의 조화는 필요하다. 반대편 같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보완하라는 뜻이리라.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윤경재 윤경재 윤경재 한의원 원장 필진

[윤경재의 나도 시인] 시를 시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쓰기를 어려워들 합니다. 그러나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이든 아니든 시를 쓰면 모두 시인입니다. 누구나 그저 그런 일상을 살다가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체험이라면 감정을 입혀 쓰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한의사가 연재하는 시를 보며 시인이 되는 길을 가보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