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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잡는 천적 주간지 슈칸분슌…'아베의 남자’ 또 날렸다

중앙일보 2020.05.21 11:39
‘아베 잡는 천적’은 역시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이었다.
  

검찰총장 후보 '내기 마작'보도로 낙마
지난해 10월 일주일새 각료 2명 날려
사학재단 의혹 관련 공무원 유서도 특종
정권에 치명상,아베엔 지긋지긋한 존재
권력과 맞서지 않는 타 매체들과 차별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차기 검찰 총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했던 구로카와 히로무 (黑川弘務·63) 도쿄고검 검사장이 사퇴 의사를 굳혔다고 일본 언론이 21일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그 발단은 전날 발매된 슈칸분슌이었다. 
 
슈칸분슌은 최신호에서 "구로카와 검사장이 지난 1일 저녁 도쿄 시내 중앙구의 한 아파트에서 산케이 신문사 소속 기자 2명, 아사히 신문사의 기자출신 사원(현재는 경영기획실 근무) 1명 등 모두 3명과 6시간 반 동안 내기 마작을 했다"며 "13일에도 비슷한 멤버들과 함께 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주간지 슈칸분슌은 20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아베 총리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 검토하고 있는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지난 1일과 13일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내기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슈칸분슌의 관련 보도. 서승욱 특파원

일본의 주간지 슈칸분슌은 20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아베 총리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 검토하고 있는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지난 1일과 13일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내기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슈칸분슌의 관련 보도. 서승욱 특파원

 
심야에 마작을 마치고 아파트를 나서는 구로카와 검사장의 모습, 집으로 돌아온 뒤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민적인 자숙모드속에서의 내기 마작은 정권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였다. 
  
당초 구로카와는 2월 정년퇴임 예정이었지만, 지난 1월말 아베 정권이 그의 정년 연장을 결정했다.  
일본의 주간지 슈칸분슌은 20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아베 총리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 검토하고 있는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지난 1일과 13일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내기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슈칸분슌의 관련 보도. 서승욱 특파원

일본의 주간지 슈칸분슌은 20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아베 총리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 검토하고 있는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지난 1일과 13일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내기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슈칸분슌의 관련 보도. 서승욱 특파원

 
야당은 "정권과 가까운 구로카와를 검찰총장에 앉히려는 검찰 장악 음모"라고 반발했다. 
 
검찰 정년 연장법 처리 논란까지 겹치며 구로카와는 4개월동안 일본 정국을 흔들었다. 
 
그런 구로카와가 슈칸분슌이 보도한 '내기 마작' 보도 한 방에 옷을 벗게 됐다. 
 
아베 총리는 21일 오전까지도 "아직 법무성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다. 아직 (사의를)보고받지 못했다"고 버텼지만 사퇴는 시간문제다.
  
아베 총리입장에선 슈칸분슌만큼 지긋지긋한 매체가 없을 듯하다.  
  
지난해 9월 개각으로 입각한 각료 두 명은 슈칸분슌의 보도로 불과 한달만인 지난해 10월 엿새 간격으로 옷을 벗었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경제산업상은 대리인에 의한 부조 제공과 지역구민들에 대한 선물 공여로 낙마했다.  
가와이 법무상과 부인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슈칸분슌. 서승욱 특파원

가와이 법무상과 부인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슈칸분슌. 서승욱 특파원

 
참의원 의원인 부인의 선거때 운동원에게 공직선거법 상한액을 넘는 보수를 지급했다는 의혹이 슈칸분슌에 보도된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무상도 사임을 피할 수 없었다.  
 
슈칸분슌이 아베 내각을 개각 한 달 만에 초토화시킨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모리토모 사학재단 특혜 의혹, 재무성의 문서 조작에 관여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재무성 직원의 유서를 슈칸분슌의 특종 보도했다. 서승욱 특파원

지난 3월 모리토모 사학재단 특혜 의혹, 재무성의 문서 조작에 관여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재무성 직원의 유서를 슈칸분슌의 특종 보도했다. 서승욱 특파원

모리토모(森友)사학재단 특혜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재무성 직원의 유서를 지난 3월 특종 보도해 아베 정권의 치부를 드러낸 것도 슈칸분슌이었다. 
 
지난 3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코로나19와중에 50여명이 참가한 서일본 지역의 신사 참배 여행에 합류한 사실도 슈칸분슌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밖에도 총리 보좌관과 후생노동성 공무원의 불륜의혹을 파헤치기도 했다. 
   
‘순한 양’에 자주 비유되는 일본의 유력 신문·방송들이 정권 핵심부가 연루된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슈칸분슌의 신타니 마나부(新谷學)편집국장은 지난 3월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슈칸분슌이 특종에 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특종을 노리기 때문이다. 특종기자 40여명이 자신의 미션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매체들의 보도에 특종이 적은 데 대해선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특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부터 미디어들이 스스로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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