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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에 정의연 회계감사 중단…"어차피 일반 감사는 실효성 없어"

중앙일보 2020.05.21 10:48
20일 오후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부실 회계 논란 해소를 위해 추진한 외부 감사 절차가 중단됐다. 정의연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외부 감사법인(회계법인) 추천을 의뢰했지만, 회계사회는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 압수수색으로 회계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힘든 데다, 부실 회계 논란이 감사인에도 '불똥'이 튈 수 있어 마땅히 감사에 나서겠다는 법인을 찾기 어려워서다.
 

회계사회는 왜 감사인 추천 중단했나 

21일 한국공인회계사회 핵심 관계자는 "지난 15일 정의연으로부터 외부 감사인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추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상 회계법인이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는 정의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들 단체가 작성한 회계 자료와 각종 사업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내부 회계 장부와 영수증·세금계산서 등이 검찰로 넘어가 회계법인이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회계사회 내부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기 전에도 선뜻 정의연의 회계 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찾기 어려웠다고 귀띔한다. 정의연이 국세청에 공시한 재무제표만 보더라도 의견거절(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음)이나 한정(재무제표 일부를 신뢰할 수 없음) 등 부정적인 감사의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감사를 맡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정의연과 정대협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여성가족부·교육부로부터 총 13억4308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정의연은 지난해 회계장부상 '보조금 수입'으로 기록한 5억3796만원을 제외하고 8억512만원은 누락했다. 기부단체 중 하나인 마리몬드가정대협에 기부한 1800여만원도 결산 공시에서 누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안성 쉼터 관련 회계 평가가 'F(최하위)'로 나왔다면 다른 회계처리도 미숙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부실 회계 책임이 감사인으로도 전이될 수 있어 회계법인들은 감사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일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물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정의기억연대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21일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물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정의기억연대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전문가 "단순 외부감사 실효성 없었다" 

회계 전문가들이 일반적인 외부 감사가 아니라 부정적발 감사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인 회계감사는 회계장부와 실제 자산·부채, 수익·비용 등의 일치 여부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부정적발 감사는 회계법인이 자금 흐름과 구체적인 거래 내역 등을 요구해 감사 대상 법인 내부자의 부정행위를 잡아내기 위한 목적에서 수행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횡령·배임 의혹 사건이 발생한 법인은 외부 전문기관에 부정적발 감사를 요청해 내부 관계자들이 공모한 회계 부정행위를 도려낸다"며 "정의연의 경우에도 단순 외부 감사보다는 부정적발 감사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외부 회계 감사를 의뢰 중인 상황에서 시작한 검찰 압수수색을 놓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의연은 "외부 회계검증 과정에서 진행한 검찰의 전격적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한다"며 "공정한 수사로 그간의 의혹이 신속히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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