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오세훈 "고민정 아닌 문재인에 진 것···당권 도전 고민"

중앙일보 2020.05.21 03:00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일 미래통합당의 향후 지도 체제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보다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우리 힘으로 당을 바꿔나가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당권 도전에 대해선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전제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광진구 자양동 ‘오세훈 법률사무소’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당 진행 상황을 봐가면서 당 대표 출마를 결정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4·15 총선(광진을)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748표 차(50.4% vs 47.8%)로 패했다. 이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아깝게 패했다.  
“민주당 지지자를 1500명만 설득했으면 이겼다. 조금만 더 열심히 뛸 걸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다른 통합당 후보들에 비해 선전한 편이다.  
“민주당의 친문 실세는 거의 다 왔다 갔다. ‘오세훈 대 고민정’이 아니라 ‘오세훈 대 문재인’의 대결이었다.”
 
-정계 은퇴할 생각은 없나. (오 전 시장은 2016년 총선과 지난해 전당대회, 이번 총선을 내리 패했다.)
“내가 정계 은퇴를 고민해야 할 상황인가.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오세훈만 찍어내면 다음 대선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이낙연·양정철·임종석·이인영 등이 이곳으로 총출동한 것이다. 난 정말 최선을 다했다. 언론과 유권자의 평가도 인색하지 않다.”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현동 기자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현동 기자

 
오 전 시장은 총선 참패 후 당 대표 자리가 공백 상황임을 우려하면서 ‘김종인 비대위’ 보다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자강론에 무게를 뒀다. 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 당을 수습하려 했지만, 임기 문제(현행 당헌상 8월 31일까지)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위원장직을 수락받지 못한 상태다.
 
-통합당의 총선 패인은.
“한마디로 리더십 부족이었다. 지난 1년은 보수층이 모인 ‘광화문 전투’에만 소진했을 뿐 중도층까지 마음을 얻어야 하는 ’총선 전쟁‘에선 패했다고 본다.”
 
-황교안 전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컸나.
“내가 황 전 대표에게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말도 참다 참다 한 거다. 무엇이 승리의 열쇠인가 하는 분명한 로드맵이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선택을 계속했다. 선거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만 해도 단 한 줄도 못 고쳤다. 반성해야 한다.”
 
-통합당을 두고 ‘영남 자민련’이란 표현도 있는데.
“그래서 앞으로가 중요하다. 영남권 당선자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면 그런 언론의 평가가 굳어질 수 있다.”
 
-보수 성향 유튜브, 태극기 세력과는 어떤 관계 정립이 필요한가.
“딜레마 중의 딜레마다. 중도층의 마음을 못 얻으면 대선도 진다. 그렇다고 한 표가 소중한데 이분들과 절연할 수도 없다. 결국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걸 위해 당 대표가 있는 것이다.”
 
-총선 조작 의혹은 어떻게 보나. 
“지나치게 에너지 소모를 할 일이 아니다. 다만 이번 기회에 사전투표 제도는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없애기 힘들면 최소화해야 한다. 사전투표 시기도 본투표일과 근접시킬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당의 진로와 관련해 통합당 당선자 대회(20일)가 열리는데.
“그와 관련해 19일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다. 당 지도 체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낙선자 등도 불러 절박한 상황인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피맺힌 절규를 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주 원내대표는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김종인 비대위’ 재추진 움직임이 있는데.
제일 좋은 것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서 우리 힘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자강론, 이게 베스트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김종인 역할론’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분이 물러나고 나면 ‘김종인이 한 거지 통합당이 한 거냐’ 는 말이 나올 수도 있어 걱정이다.”
 
-‘김종인 카드’ 말고 대안이 있나.  
“만약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되면 조기 전대 얘기가 나올 거다. 욕심 같으면 비대위원장을 시켜주면 여러 복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지만, 갑자기 그런 자리가 오겠나. 주변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나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당권·대권 분리규정이 있어 고민이다.”
 
통합당 당헌·당규상 대선(2022년 3월 9일) 출마 1년 6개월 전 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당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당권·대권 분리 문제가 해결되면 조기 전대를 할 경우 당권에 도전할 의지가 있다는 건가.
“고민할 가치가 정말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상황을 봐 가면서 결정하겠다.”
 
-보수 재건 플랜이 있나.
“일단 사람이 중요하다. 지난 1년 당 이미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무총리(황교안)가 대표로 있는 당이었다. 앞으로는 30~40대가 당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게 정책 콘텐츠인데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다. 절대 민주당이 먼저 가져가게 두면 안 된다.”(※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
 
-정치를 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때는.
“서울시장 직을 사퇴할 때다. 그때는 충정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뼈아픈 순간이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현동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현동 기자

 
오 전 시장은 앞으로 열릴 국회의원 재·보선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며 조심스럽게 2년 뒤 대선에 대해 언급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40대 경제전문가’를 말했다.
“누구를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상징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다.”
 
-대권에 도전할 건가.
“총선에 지고는 무력감도 왔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서 나 역시 무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꼭 내가 나가야 한다’라기 보다는 지금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무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다.”
 
-연장선상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함께 해야 하나.
“일단 그분이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 통합당 운영에서는 함께하는 것이 당연히 도움된다. 표가 분산되면 이길 수 있겠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복당해야 하나.
“들어와야 한다. 당 안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미래한국당과의 통합과정이 매끄럽지 못한데.
“잘 되리라고 본다. 국민이 보고 있다. 잠시 생각이 복잡한 분들이 있는데 그런 생각이 얼마나 가겠나. (웃음)”
 
-문재인 정부에 걱정되는 게 있다면.  
“그걸 말하자면 30분을 얘기해도 부족하다. 한 가지만 꼽자면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잘살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계속 못살게 하고,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정치권이 ‘윤미향 의혹’으로 시끄러운데.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걸 보여주는 일반적인 사례다. 성역시 되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현일훈ㆍ김홍범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