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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률의 퍼스펙티브] 비대면 의료·교육·경제, 세계 표준화할 절호의 기회

중앙일보 2020.05.21 00:37 종합 28면 지면보기

코로나19 대응과 미래 먹거리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는 빠르고 적시에 이뤄졌다. 하루 1만 명 이상 검사하고 다음 날 결과를 통보하는 시스템을 선보였을 때 외국은 검사 속도와 처리 능력에 놀라워했다. 빠르고 정확한 검사는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고 접촉자를 추적해 감염을 조기 차단할 수 있게 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접촉자를 신속하게 격리하려면 적극적 진단 검사가 필수다. 우수한 진단 키트와 민간 검사기관 77개소를 지정해 세계 최고의 코로나19 진단 검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방역 성공은 민관 협력해 진단 키트 신속히 개발한 덕분
국내 디지털 기술은 비상상황서도 경제 활동 가능하게 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부상한 비대면 기술 발전시키고
바이오산업 가로막는 규제 없애 K바이오에 날개 달아줘야

초기 단계에서 하루 5만 건을 검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10만 건을 처리할 수 있다. 적극적 진단 검사와 공격적 접촉자 추적은 전 세계적으로 찬사받는 K방역의 성공 요인이다.
 
현재 국내에서 하루 1만5000~2만 건의 검사가 진행된다. 발열·기침 등 호흡기 감염병의 전형적 특성이 아니어도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지금 전국 병원에서 수많은 전문 인력이 3교대로 코로나19 진단에 매달리고 있다.
  
기적 같은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신속히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 적극적 진단 검사와 공격적 감염자 추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신속히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 적극적 진단 검사와 공격적 감염자 추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2014년 중동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가 유행하자 분자 진단 검사 기법을 이용한 검사법을 구축했다.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 이 진단법을 적용해 확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량 검사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단기간 메르스 감염자가 잇따르자 조기 진단이 어려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한국은 메르스 경험을 통해 2017년 질본에 감염병 진단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감염병 분석센터를 만들고, 신종 감염병 진단 시약 개발에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질본은 높은 수준의 신종 감염병 진단 검사 전문화가 가능해졌다. 2017~2018년 질본과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합동으로 에볼라·라사 등 해외 감염병에 대비한 긴급사용승인제도를 위한 진단 시약 개발 사전 평가를 했다. 진단 시약 신속 승인을 위한 모의 훈련을 2년에 걸쳐 실시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발생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올 1월부터 코로나19 진단 시약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체계를 가동했다. 질본은 또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긴밀히 협력해 많은 의료기관이 동시에 대규모 코로나19 진단이 가능한 진단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진단 시약의 대량 생산·공급이 가능하도록 민간 업체의 참여를 유도했다. 질본은 민간 개발 진단 키트의 신속한 상용화를 위해 질본이 주도적으로 임상 평가를 해 시약 승인 기간을 최대한 단축했다.
  
지금 상황에 안주해선 안 돼
 
코로나19 진단 시약. 실시간 검사 방식으로 6시간만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뉴스1]

코로나19 진단 시약. 실시간 검사 방식으로 6시간만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뉴스1]

또 진단 키트 개발과 성능 평가를 위해 정부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일부 대학병원의 협력 시스템으로 단기간에 진단 키트 성능을 객관적·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다. 일련의 과정은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정교하게 시간에 맞춰 진행됐다.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성공 경험은 앞으로 K방역의 세계화에도 긴요하다. 첫째, 참여 기관간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 때 정부(질본·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민간(대한진단검사의학회·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대학병원 등 검사기관, 시약 개발 민간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협력했다. 둘째, 신종 감염병 발생에 따른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대응해 역량 있는 민간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했다. 셋째, 정부가 진단 키트 개발을 위한 연구 용역 사업을 지원하고, 민간 의료기관에 대해 교육하며, 참여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검사실 정도 관리를 강화했다. 넷째, 진단 역량 강화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단 데이터 분석, 진단 키트의 결과물 평가, 가이드라인 제정, 대규모 검사법 도입(pooling method) 등이 이뤄졌다.
 
세계적 감염병 위기에 맞서 민관이 협력해 이뤄낸 진단 키트 개발과 눈물겹도록 분전한 질본이 국격과 국가 신뢰도를 높이는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으며 K방역 모델은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국민 안심시킨 디지털 검역·방역
 
최근 보건복지부·식약처·산업통상자원부·특허청이 중심이 돼 K방역 모델 국제표준화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이 협의회의 검사 확진 분야에 감염병 진단 기법과 유전자 증폭 기반 진단 기법(RT-PCR)이 포함됐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도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다. 특히 정확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기술이나 제품이 K방역에 편승해 사용된다면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지금 상황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기술 발전을 지속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미래 K바이오를 위해 진단 키트 개발만이 아니라 우수한 검사 인력을 지속해서 배출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전 세계 검사실에 나가 검사 업무를 담당하거나 외국 검사 인력에 검사 기법 전수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단 키트는 전체 진단 검사 인프라의 일부분이다. 검체 채취와 수송, 검체 전 처리와 분석 과정에 필요한 검사 장비는 대부분 외국 제품이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보듯 단기에 대량 검사가 필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면 진단 키트 개발만으로는 성공적 방역을 달성할 수 없다. 진단 검사 전 단계에 걸친 제품군에 대한 국산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대량 검사 후 디지털 검역과 디지털 방역으로 신속·정확한 전국 현황 집계가 이루어지며 국민이 안심하고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빠른 시간 내 경제 활동 재개를 이끌어 국가 경제 붕괴를 최소화하고 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의 디지털 기술은 비상상황에서도 경제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한국이 전 세계에 자랑할만한 업적이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부상한 비대면 의료·교육·경제는 전 세계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인 만큼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바이오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 K바이오가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공신 역학조사지원시스템
역학조사지원시스템 화면과 확진자 이동경로 예시화면. [사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역학조사지원시스템 화면과 확진자 이동경로 예시화면. [사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감염병 환자 관리의 기본은 역학조사다. 효과적인 감염병 역학조사를 위해서는 감염자 규모를 초기에 최대한 파악해 감염 원인과 감염 경로를 찾아내고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가 우선 시행돼야 한다.
 
감염원과 감염 경로 조사는 확진자 인터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감염자가 동선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거짓 진술을 해 정확한 역학조사를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며칠 전에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인천 학원 강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조사 과정에서 계속 거짓으로 진술해 접촉자 파악에 혼선을 주고 4차 감염 사례마저 유발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신속한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위해 밀접 접촉자의 격리·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확진자에 대해서는 위치 정보, 카드 사용 정보, CCTV 정보를 활용해 면담 조사의 신뢰성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한정된 역학조사 인력으로 확진자 동선 파악에 많은 어려움 생겼다.
 
이러한 정보 처리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협업을 통해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대규모 도시 데이터를 처리하는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감염자 역학조사 절차를 자동화했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던 28개 관계 기관 간 공문 작성과 유선 연락 등 확진자 정보 수집·분석 과정이 전산화·자동화돼 신속성과 정확성이 높아졌다. 빅데이터 실시간 분석으로 24시간 이상 소요된 확진자 동선 분석을 10분 내로 할 수 있게 됐다.
 
역학조사관들의 업무 부담도 경감돼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감염병이 확산하는 시점)에만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시스템은 법적으로 확보 가능한 정보와 연계하면서 보유한 민감 정보의 보안에 부족한 점이 없도록 지속해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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