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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월세 신고제 본격 추진"···임대소득 다 드러난다

중앙일보 2020.05.21 00:07 종합 1면 지면보기
정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집을 사고팔 때만 하던 실거래 신고를 전·월세 계약 때도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렇게 하면 사각지대에 있던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을 정부가 ‘현미경’처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거래 정보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만큼 임대소득세를 내야 하는 집주인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정부 ‘세입자 보호’ 내세워 추진
계약 후 30일 내 신고 의무화
500만 가구 임대소득 새로 노출
세금 내는 1주택자 더 늘어날 듯

국토교통부는 20일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포함한 ‘2020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계약서를 쓴 뒤 30일 안에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중개업소를 통했다면 공인중개사, 그렇지 않다면 집주인에게 신고 의무가 있다. 만일 신고 기한을 넘기거나 허위로 신고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다음달 문을 여는 21대 국회에선 177석의 ‘수퍼 여당’이 등장하는 만큼 정부 계획대로 올해 안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내년에 시행될 것이 유력하다.
 
주택임대소득 과세 기준

주택임대소득 과세 기준

현행 세법에 따르면 1주택자라도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경우 월세를 줬을 때 임대소득세를 내야 한다. 2주택자부터는 집값에 상관없이 모든 월세 소득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 3주택자부터는 월세 소득은 물론 전·월세 보증금에 대해서도 세금이 매겨진다. 현재는 집주인이 임대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도 정부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전·월세 신고를 통해 정부가 전국 모든 주택의 전·월세 계약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임대소득의 본격 과세를 위한 포석인 셈이다. 이렇게 해서 추가로 임대소득이 노출되는 가구는 전국에서 50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 검토 보고서에 나온 수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으로 전국 692만 가구가 전·월세 주택으로 추정됐다. 이 중 확정일자 신고 등으로 임대차 실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가구는 187만 가구(27%)였다. 앞으로 전·월세 신고제 법안이 통과되면 나머지 505만 가구도 실거래 정보를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전·월세 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된다. 그러면 세입자가 별도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뒷순위 채권자에 앞서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정부, 전·월세 상한제도 도입 계획…전셋값 되레 오를 우려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임대주택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임대주택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확정일자에 앞선 선순위 채권자가 있다면 세입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정부의 목표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전부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인상률(연 5%)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임대차 보호 3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관련 법안을 직접 발의했고, 장관 취임 후에는 공공연히 관련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진 세무사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공시 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임대소득세까지 더하면 집주인들의 세금 부담이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다주택자일수록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이 커진 만큼 세입자에게 떠넘기거나, 시장에서 임대 매물을 거둬들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근로소득 없이 임대소득만 있는 고령 은퇴자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까지 도입하면 초창기에 전셋값이 급등하는 등 시장 왜곡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최대 5년의 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로 싼값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대신 이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최대 5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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