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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때도 검토 됐던 보험료 없는 보험…실업부조제 막 오른다

중앙일보 2020.05.20 18:07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9월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취업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추진을 위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 법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9월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취업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추진을 위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 법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한국형 실업부조제의 막이 오른다.
 

[뉴스분석]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국민취업지원제도(실업부조제)의 근거법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구직기간 동안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중위소득 60% 이하 취약계층 구직자(청년은 120%)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준다.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생계가 어려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생계비와 체계적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인 셈이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상당부분 해소되고, 취약계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MB 정부 때 기획해 취업성공패키지로 축소 시행…12년만에 완성  

실업부조제는 선진국에선 보편화한 사회안전망이다. 고용보험과 달리 근로자와 사용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소요 재원은 정부 예산으로 충당된다. 보험료 없는 사회보험인 셈이다.
 
한국에선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일자리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이 검토됐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전면 도입 대신 2009년 취업성공패키지로 변형해 시행됐다. 일종의 실업부조제 시범실시인 셈이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노사정이 도입에 합의했다.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됨에 따라 12년 만에 실업부조제가 완성됐다.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개혁 없으면 돈만 쓰고 겉돌 위험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고용 시스템이 12년이 지나는 동안 실업부조제가 제대로 작동할 만큼 혁신을 하지 못해서다. 자칫하면 돈만 뿌리고 실업부조제 본연의 목표인 '일하는 복지' '일하는 인구 늘리기'를 구현하지 못하고 겉돌 수 있다. 실업부조제가 성공하려면 직업훈련 시스템과 고용서비스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튼튼한 토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돈만 쓰는 제도로 전락하기에 십상이다.
 
한국은 실업자에 대한 직업훈련 공적 투자가 국민총생산(GDP) 대비 0.03%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2%)의 4분의 1이다. (OECD는 재직자 훈련은 통계 비교를 하지 않는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자율영역이라는 생각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고용노동부 전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 지원에 너무 매몰된 탓"이라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돈을 주는(소득 지원) 대신 훈련계좌제에 재원을 보강해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 게 실업부조제에 훨씬 어울리고 효과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닌해 6월 26일 서울 구로구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 구로캠퍼스 직업훈련기관 현장을 방문, 전기 실습실에서 훈련 기기를 조립해보고 있다.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닌해 6월 26일 서울 구로구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 구로캠퍼스 직업훈련기관 현장을 방문, 전기 실습실에서 훈련 기기를 조립해보고 있다. 뉴스1

직업훈련 관리 체계의 변화도 필요하다. 과감하게 업종별 협회와 같은 민간에 위탁할 필요가 있다. 특히 훈련 과목과 훈련비 단가까지 간섭하는 행정 체계를 철폐하는 등 민간 주도의 직업훈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필요한 취업 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자리 알선 실적 올리기 위한 체계로는 한계…저임금 매칭이 45% 달해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낙후된 고용서비스의 선진화다. 선진국은 공공 고용서비스 전달 체계가 일원화돼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고용청이 주도한다. 한국은 고용복지센터(고용부), 새일센터(여성가족부),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고용부), 제대군인지원센터(보훈처) 등 제각각이다.
 
이들 기관에서 고용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타겟팅된 일자리 발굴은 뒷전이다. 맞춤형 알선을 하는 경우도 찾기 어렵다. 손쉬운 매칭이 가능한 돌봄서비스나 경비, 청소 같은 직종을 중심으로 고용 알선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런 단순 직종에 대한 알선 실적이 45%나 된다. 알선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얘기다. 공공 고용서비스의 체감도가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중국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창구를 지나는 구직자. 연합뉴스

서울 중국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창구를 지나는 구직자. 연합뉴스

구직자 성향도 제대로 파악 못하는 일자리 알선…맞춤형 알선 가능한 전문상담사 길러야

구인·구직 조건을 조정하고 협상하는 적극적인 매칭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가 실시하는 고용서비스 품질조사에서 매년 "고용센터의 상담사들이 정보통신(IT)과 같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직종에 대한 지식이 없다. 인재를 채용하기도, 일자리를 알선받기도 불편하고 어렵다"는 불만이 반복된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구직자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초기 진단 기능도 미흡하다. 고용센터가 제대로 된 구직자 정보를 가진 경우는 드물다. 프로파일링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벨기에 등 선진국은 구직자 1차 면담에서만 1시간을 상담하고, 이 과정에서 적성과 필요한 직업훈련을 탐색하고 심지어 심리치료까지 한다. 한국은 "길어야 5분"(고용부 관계자)이다. 구직자 정보가 없으니 상담할 내용이 없어서다. 기껏해야 실업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요건(구직활동 여부)만 확인하는 요식 절차를 처리할 뿐이다. 이러니 구직자의 능력과 욕구, 구인자의 희망 등을 조율한, 맞춤 고용알선이 이뤄질 리 없다.
 
선진국은 전문 상담사와 같은 고용서비스 전문인력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이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독일은 연방고용청 산하에 고용대학(HdBA, 3년 9학기제)을 두고 있다. 이곳에선 심리학, 행정학, 경영학, 인력개발학, 시장변화, 인력구조, 기업 트랜드 등 고용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배양한다. 한국은 기존의 상담사를 대상으로 4주 정도의 전문가 교육이나 현장 교육 정도에 그치고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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