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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행자수표' 신용카드에 밀렸다···6월부터 판매 중단

중앙일보 2020.05.20 16:18
한 때는 해외여행의 필수품으로 꼽히던 여행자수표가 한국에서 사라지게 됐다.
 
2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각 시중은행들은 다음달 30일부터 여행자수표의 판매를 중지한다. 판매중지는 유일하게 남은 여행자수표 사업자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요청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멕스사가 한국에서 여행자수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화로 된 여행자수표. 하나은행

미국 달러화로 된 여행자수표. 하나은행

여행자수표는 분실·도난 시 재발행이 가능한 데다, 환율도 외화 현금으로 바꿀 때보다 유리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2000년대 초반까지는 폭넓게 사용됐다. 당시에는 ‘환율 상승기엔 신용카드보다 여행자수표를 써라’, ‘환전할 때 현찰보다 여행자수표’ 등이 여행 꿀팁으로 꼽혔다. 대량의 액수를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어 1990년대 초반에는 외화 밀거래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자수표도 사용 편이성을 앞세운 신용카드의 공세는 견디지 못했다. 여행자수표는 은행, 백화점 등 일부 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데 비해 신용카드는 많은 가맹점에서 긁기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ATM의 보급으로 해외에서도 현금 출금이 쉬워졌다. 결국 2000년대 초중반 토마스쿡, 비자 등이 여행자수표 사업을 접었고, 현재는 아멕스가 여행자 수표의 유일 사업자로 남아있다. 아멕스는 2010년 중국 위안화로 된 여행자수표 발행으로 반전을 모색했지만, 환전수수료 등으로 인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유로화가 공식 출범함한 1999년 외환은행 본점의 한 여직원이 1유로당 1401.4원으로 고시된 환율표 앞에서 유로화로 표시된 여행자수표(TC)를 펼쳐보이고 있다. 중앙포토DB

유로화가 공식 출범함한 1999년 외환은행 본점의 한 여직원이 1유로당 1401.4원으로 고시된 환율표 앞에서 유로화로 표시된 여행자수표(TC)를 펼쳐보이고 있다. 중앙포토DB

  
여행자수표의 판매액은 해마다 줄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들의 여행자수표 판매액은 3461만 달러(2017년)→2422만(2018년)→1679만 달러(2019년)로 감소세가 뚜렷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올해 1분기 판매액은 237만 달러(약 29억원)에 불과하다. 13년 전인 2007년에는 국민과 외환은행, 두 곳에서만 5억2761만 달러(약 6492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반면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7년 63억7300만 달러(약 7조8400억원)이던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2019년에는 188억8500만 달러(약 23조2000억원)로 늘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카드 등에 밀려 여행자수표를 창구에서 찾는 경우가 극히 드문 상황”이라며 “특히 한국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이 보급율이 워낙 높은만큼 여행자수표의 수요가 일본 등 타국에 비해 더 없는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여행자수표 판매는 종료됐지만, 보유하고 있는 여행자 수표는 여전히 시중은행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여행자 수표는 사용기한이 정해져있지 않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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