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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미향 "수요집회 책 인세 전액 기부"···실제론 달랐다

중앙일보 2020.05.20 16:14
윤미향 당선인이 쓴 저서 『25년간의 수요일』. 페이스북 '25년간의 수요일' 페이지

윤미향 당선인이 쓴 저서 『25년간의 수요일』. 페이스북 '25년간의 수요일' 페이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대표 시절 쓴 위안부 관련 저서 판매수익을 애초 목적과 다르게 쓴 것으로 나타났다. 윤 당선인은 출간 당시 인세 전액을 ‘나비기금’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세는 정대협 활동비를 비롯해 각종 노조 투쟁 지원금에도 쓰였다.
 

“인세 모두 나비기금 기부”

윤 당선인은 2016년 1월 수요집회 경험담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책 『25년간의 수요일』을 출간했다. 책 표지 뒷면에는 “이 책의 인세는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나비기금에 기부된다”고 적었다. 책 출간 후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이 책을 쓴 저자인 제가 받게 될 인세는 모두 나비기금으로 후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그해 4월 페이스북에 “첫 인세 338만 4500원 전액을 나비기금에 후원했다”고 적었다. 5개월 뒤 받은 두 번째 인세부터는 입장을 바꿨다. “두 번째 인세는 조금 나눴다”며 "인세 일부를 정대협 활동비 후원금으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저자 맘대로 했지만 모두 박수를 보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미향 당선인이 페이스북 '25년간의 수요일' 페이지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윤미향 당선인이 페이스북 '25년간의 수요일' 페이지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말 바꿔 노조 지원

책 판매수익은 위안부 피해자와 무관한 곳에도 쓰였다. 윤 당선인은 2017년 1월 페이스북에 “30만원을 갑을오토텍지회 노동자들 투쟁에, 50만원을 세월호가족협의회 활동에 후원했다”는 글을 올렸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의 갑을오토텍지회는 2016년 7월부터 임금교섭 과정에서 사측과 갈등을 빚어 공장점거와 파업을 벌이고 있었다. 윤 당선인은 같은 게시글에 “이렇게 후원하게 되니 참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애초 목적과 다른 인세 사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인세 340만원은 나비기금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이 중 300만원을 우간다 김복동 센터 건립기금으로 기부했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40만원은 행방이 불분명하다. 윤 당선인은 “40만원은 다른 시민운동 단체에 후원금으로 살짝 넣었다”고 적었을 뿐 구체적인 단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국 돌며 저자강연회

윤 당선인의 저서 홍보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정의연은 지난해 12월 유튜버와 함께 촬영한 책 홍보 영상을 홈페이지 소식란에 게시했다. 윤 당선인은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저자강연회를 열었다. 충북 청주와 강원도 홍천 등 전국 각지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강연하고 책 사인회를 가졌다. 2016년 5월에는 캐나다 토론토의 한 한인교회에서 저자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초청 특강에 나선 뒤 “50권의 책을 사주신 심평원 노조에 감사드린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정의연은 윤 당선인 책의 영문판 제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음 스토리펀딩과 텀블벅 등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817만 9000원이 모였다. 당시 펀딩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명의로 진행됐다. 정의연은 펀딩과 관련해 “영문판의 수익금은 모두 박물관의 교육활동 기금으로 귀중하게 사용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윤미향 당선인은 지난해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초청 특강에서 사인회를 진행했다. 페이스북 캡처

윤미향 당선인은 지난해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초청 특강에서 사인회를 진행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전 한국회계학회장)는 “개인이 집필한 책의 인세는 저자 개인계좌로 들어오는 개인 소득”이라며 “소득세가 제대로 원천징수됐는지 확인만 가능할 뿐 이 인세를 어디에 기부했는지는 저자가 밝히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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