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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중국의 일국양제 받아들일 수 없다”, 중국은 "분열 용납 못해"

중앙일보 2020.05.20 14:09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0일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재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한 나라 두 체제의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해 앞으로 험난한 중국과의 관계를 예고했다.
 

중국이 홍콩·마카오에 적용 통일 방식인
‘한 나라 두 체제’ 수용 정면 거부
향후 4년 중국-대만 대립 격화할 전망
중국, “대만, 계속 도발하면 무력충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빈관에서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양안 관계와 관련해 '평화, 대등, 민주, 대화'의 8자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빈관에서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양안 관계와 관련해 '평화, 대등, 민주, 대화'의 8자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 총통은 지난 1월 선거에서 대만 총통 직접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817만 표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대만인이 19일 현재 7명에 불과할 정도로 방역에도 성공해 현재 74.5%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차이 총통은 코로나 상황을 의식해 이날 오전 총통부에서 간략한 취임식을 갖고 타이베이빈관(台北賓館)으로 이동해 집권 2기의 포부를 담은 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건 향후 4년 임기 동안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였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대만이 국부로 추앙하는 쑨원의 초상화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대만이 국부로 추앙하는 쑨원의 초상화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 차이 총통은 기존 입장인 ‘평화, 대등, 민주, 대화’의 ‘8자’ 기본 원칙을 다시 천명했다. 과거 대만 독립을 주장한 민진당(民進黨) 출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내세운 ‘평화, 대등, 민주, 주권’ 중 ‘주권’만 ‘대화’로 바꾼 것이다.
 
같은 민진당 출신이지만 대만 독립을 향한 급진적인 행보 대신 현상 유지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차이 총통은 이날 “지난 4년간 양안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대만 건너편(중국)과의 대화 재개를 바란다”라고도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집권 2기를 시작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통일 방안인 일국양제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집권 2기를 시작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통일 방안인 일국양제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는 베이징 당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 방침으로 대만을 왜소화하고 대만해협의 현상을 깨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하는 일국양제 방식으로 대만을 통일하려는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차이 총통은 또 “양안 관계는 현재 역사적인 전환점에 처해 있다”며 “쌍방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책임을 질 것인 바 대만 건너편 지도자도 상대적인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라고도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의 총통부에서 집권 2기 취임식을 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지난 1월 선거에서 역대 가장 많은 817만 표로 당선됐다. [AP=뉴시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의 총통부에서 집권 2기 취임식을 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지난 1월 선거에서 역대 가장 많은 817만 표로 당선됐다. [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대만 건너편 지도자’라 호칭하며 양안 관계의 장기적인 안정과 발전을 위해 책임을 지라는 요구다. 차이잉원 총통이 이날 밝힌 양안 관계 구상은 집권 1기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날 중국은 일국양제를 거부한 차이잉원에 대해 "국가 분열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20일 봉황망에 따르면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우리는 평화통일과 일국양제를 견지한다"면서 "우리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방어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어떤 국가 분열 행위나 중국 내정에 관여하려는 외부 세력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분할될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규정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차이잉원 총통의 취임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미국은 중국의 내정을 엄중하게 간섭했다"며 "중국은 이를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양안 통일을 실현할 결심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과 같이 중국과 대만의 대치 상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대만과 1992년 구두 합의에 이른 ‘92 공식(共識, 공통된 인식)’을 차이잉원 정부가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이나 마카오와 같은 방식인 일국양제 방안으로 대만에 대한 통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이나 마카오와 같은 방식인 일국양제 방안으로 대만에 대한 통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2 공식'은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 것이다. 여기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 49년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만 국민당(國民黨) 정부는 12년 세워진 중화민국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중국이 하나’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차이잉원 총통이 소속한 대만 민진당은 대만을 중국이 아닌 독립적인 국가라며 ‘92 공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천수이볜 집권 당시엔 급격한 대만 독립 추구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아 정권을 국민당에 빼앗겼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이 20일 취임식 행사에서 라이칭더 부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 대만 국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이 20일 취임식 행사에서 라이칭더 부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 대만 국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후 차이잉원은 급진적으로 독립을 추구하는 대신 대만은 ‘중화민국대만’으로 이미 독립한 국가라 더는 이 문제를 놓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집권 2기를 시작한 차이잉원 총통의 입장은 이 같은 1기 때와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중국의 거센 압박이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외교 공세에 따라 차이잉원의 대만은 지난 4년간 7개의 수교 국가를 잃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옵서버 자격도 상실했다.
 
그러나 대만은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주목받는 것을 계기로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 재참여를 강력히 추진 중이다. 이날 차이 총통은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바탕으로 대만이 국제사회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월 이후 대만은 민주 선거, 코로나19 방역 성과 두 가지로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제기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미국·일본·유럽 등 가치관을 함께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빈관에서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AFP=뉴스1]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빈관에서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AFP=뉴스1]

 
중국 샤먼(廈門)대학의 대만연구원 장원성(張文生) 부원장은 20일 홍콩 명보(明報)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4년도 양안 간 대화가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며 “차이잉원이 ‘중화민국대만’을 주장하는 건 ‘두 나라(兩國)’로 가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안 간 정치적인 대립이 계속될 것이며, 만일 대만 당국이 중국을 계속 도발하며 대만독립 문제를 밀고 나간다면 양안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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