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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이라도 함께 해야 공포도 이겨내요”

중앙일보 2020.05.20 07:00
“공포를 혼자 이겨내는 건 힘들잖아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일을 하려고 용기를 냈죠.”
 

한국적 아름다운 알려온 이상봉 디자이너
한글 디자인 티셔츠 나눠주기 운동 펼쳐
한눈에 읽히는 직관적 단어로 격려 메시지

한국 패션계의 거장 이상봉 디자이너는 코로나19가 한국을 덮친 1월부터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괜찮아’, ‘It’s OK‘ 등의 문구가 디자인된 티셔츠를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티셔츠 200장 정도를 찍어 선물로 나눠줬다.
이상봉

이상봉

 
7일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난 그는 “코로나 자체도 두려운 대상이지만, 코로나가 번지면서 뭔가 작은 일조차 시작하기 꺼려 하고 두려워하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용기를 내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월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는 현재 젊은 디자이너와 모델들이 참여한 작은 운동이 됐다. “요즘 젊은 애들이 놀고 있어요. 모델 에이전시도 두 달 째 놀고 있고, 메이크업 하는 애는 산만 타고 다닌대요. 그래서 사람들을 모았죠.”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뭔가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 그것이 그의 해법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집에 격리된 사람들이 발코니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그걸 찍어서 공유하고… 그게 소통이잖아요. 공포에서 이겨내기 위해선 같이 연대해야 하는 거죠.”
진혜성 뷰티아트디렉터 인스타그램

진혜성 뷰티아트디렉터 인스타그램

 
그가 이번 중앙일보의 ’해피 마스크‘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도 소통과 공감 그리고 위로와 치유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마스크를 쓰면 어딜 가도 못 알아 보죠. 자기를 감추거나 병을 막기 위한 도구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굴을 숨기고 마음을 숨길 수도 있어요. 마음과 마음이 떨어져 나간다고나 할까요.” 
 
그는 이번 ‘해피 마스크’를 위해서도 고유의 한글 디자인을 선뜻 내줬다. 추상적 표현보다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직관적 단어가 사람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주길 바래서다.
 
이 디자이너는 2006년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전에서 한글 디자인을 선보여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다. 최근엔 디자이너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다하기 위한 노력도 부단했다. 2014년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패션쇼를 열었고, 2016년 중국 하얼빈에선 안중근 의사를 모티브로 한 패션쇼 오프닝을 연출했다.
        중앙일보가 디자이너 어벤져스 9인의 재능기부로 만든 해피마스크 스티커

중앙일보가 디자이너 어벤져스 9인의 재능기부로 만든 해피마스크 스티커

 
그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패션이 그저 하나의 문화 장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코로나가 진정 국면이긴 하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잖아요. 그들을 기리고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패션계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충분히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티셔츠와 마스크로 시작하지만, 그걸 넘어 그들의 아픔까지 승화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봉 디자이너.

이상봉 디자이너.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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