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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쏟아진 감성주점·포차···'클럽 단속' 비웃듯 장사했다

중앙일보 2020.05.20 05:30
지난달 25일 오전 1시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클럽 앞. 마포구청 직원이 방역 지침 위반 1차 경고를 내리자 클럽 대표 A씨는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며 바로 옆 건물 감성주점을 가리켰다. 감성주점 역시 손님들이 춤을 추고 밀접접촉해 코로나19 위험이 높은데 왜 클럽만 단속을 하냐는 항의였다. 당시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단속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며 A씨의 클럽에만 경고 조치를 취했다.
 
11일 새벽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헌팅포차에 20대로 보이는 이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중앙포토

11일 새벽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헌팅포차에 20대로 보이는 이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중앙포토

 
이날 마포구 위생과 직원들은 마포구 소재 클럽 42개를 점검했지만 손님들이 길게 늘어선 헌팅포차와 감성주점은 모두 지나쳤다. 보건당국 지침상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감성주점ㆍ헌팅포차은 점검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흥주점으로 등록된 클럽만을 점검한 '부분 단속'은 지난 14일까지 이어졌다. 운영자제 권고 등 행정명령 역시 클럽만을 대상으로 내려졌다.
 
 

포차·주점서도 확진자 나와…'단속 사각지대'

5월 초 연이어 감성주점과 포차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고위험 일반음식점도 점검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졌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신촌에 위치한 감성주점인 '다모토리5'에서는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다녀간 이후 20대 남성 한 명이 확진자가 됐다. 7일에도 홍대 '한신포차'를 방문한 20대 일행 6명 중 5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그동안 방역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곳들이다.
 
13일 오후 홍대거리. 뉴스1

13일 오후 홍대거리. 뉴스1

 
지난 2일 용인시 66번이 다녀간 이태원 업소 5곳 중 유흥주점으로 등록된 곳도 클럽 '킹' 한 곳뿐이었다. '트렁크', '퀸' 등 나머지 업소 4곳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지만 춤을 추거나 새로운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졌다. 이날 트렁크를 방문한 20대 남성 B씨는 “일반음식점 트렁크가 유흥주점으로 등록된 킹 클럽만큼 춤추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며 "당일 방역 수준이 확실히 허술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킹 클럽은 평소 방역 점검에 협조하던 클럽이었다"면서도 "트렁크 등 나머지 업소는 그동안 점검대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사실상 유흥주점…"규제 느슨한 일반음식점으로"

유흥주점과 일반음식점의 차이는 노래와 춤(유흥)을 즐길 수 있는 시설 있느냐다. 감성주점은 무대가 없는 일반음식점 형태지만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분위기인 술집이다. 헌팅포차는 손님들끼리 술을 나눠마시며 자유롭게 합석이 이뤄지는 음식점이다. 둘 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지만 클럽못지않게코로나19 비말 감염 확률 높은 ‘유사 유흥주점’으로 볼 수 있다.
 
‘유사 유흥주점’이 많아지는 이유는 일반음식점으로 운영하면 정부 규제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업소를 유흥주점으로 운영하려면 정부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계획법상 유흥주점은 '상업지구'에만 설립할 수 있다. 사업자금 출처를 소명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일반음식점은 신고만 하면 곧바로 영업이 가능하다. 유흥주점이 내야 하는 개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도 피할 수 있다. 용산구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지금도 대부분 헌팅포차는 집합금지 명령 대상에서 빠져있다"고 전했다.
인근 주점에 확진자가 다녀간 소식이 알려진 뒤인 15일 오후. 홍대입구에 위치한 한 주점 내부. 마포구청 제공

인근 주점에 확진자가 다녀간 소식이 알려진 뒤인 15일 오후. 홍대입구에 위치한 한 주점 내부. 마포구청 제공

 
 

"명확한 기준 없어…자발적 협조 부탁드린다"

서울시는 15일부터 술을 파는 일반음식점도 방역지침 어길 시 집합금지 명령 내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유사 유흥주점과 일반음식점을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전체 점검은 사실상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사 유흥주점을 판단할 정확한 기준은 없다"며 "다만 현장에서 보고 판단한 뒤 일반음식점에도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위험성이 보인다면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조치하거나 문을 닫아주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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