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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방호복 입고 뵙고싶다"…요양병원 면회금지에 애타는 효심

중앙일보 2020.05.20 00:52 종합 27면 지면보기

코로나로 요양병원 면회금지 석달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지금 온다구? 보고 싶어.”
 

자녀의 완화 요청 청원 잇따라
“저러다 돌아가시면 평생의 한
부모님도 자식 못봐 마음의 병”
보건 당국 “완화 방안 검토 중”

“엄니 곧 가요. 조금만 참으세요. 약 잘 드시고 밥도 잘 드셔야 해요. 그래야 빨리 만날 수 있어요. 엄니 사랑해요.”
 
요양원에 입소한 어머니가 아들을, 아들이 어머니를 애타게 그리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넉 달이 됐다. 아들은 1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어머님 좀 뵙게 요양원에 면회소라도 설치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어머니는 87세. 아들은 "방문도 면회도 허락하지 않아 귀가 어두워 잘 듣지 못하는 어머니와 눈물로 전화 통화만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전화할 때마다 "애비야, 지금 오는겨? 얼른 와”라고 재촉한다. 그는 "대단한 효자가 아니다. 잘 나지도 못했다. 어머니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치도록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은 "저러다 돌아가시면 평생의 한이 된다. 그 불효를 어찌 씻을 수 있겠나. 방호복을 입고라도 어머니를 한번 뵙고 싶다”고 호소했다.
 
국민청원에는 이런 류의 사모곡이 여럿 있다. 뇌졸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둔 자녀는 묻는다.
 
"코로나19가 무서울까요, 아니면 기다리는 가족이 왜 안 오는지 영문도 모른 채 자녀에게 버림받은 줄 알고 쓸쓸한 나날을 보내는 게 더 슬플까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요양병원 면회를 금지했다. 가족들의 면회 완화 요청 목소리가 커지자 일부 요양병원이 비대면 면회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면회실을 설치한 데가 더러 있지만 면회제한 조치가 풀리지 않아 가족들이 애태우고 있다. 사진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이손요양병원이 야외에 설치한 비닐 면회실에서 환자와 가족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 이손요양병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요양병원 면회를 금지했다. 가족들의 면회 완화 요청 목소리가 커지자 일부 요양병원이 비대면 면회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면회실을 설치한 데가 더러 있지만 면회제한 조치가 풀리지 않아 가족들이 애태우고 있다. 사진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이손요양병원이 야외에 설치한 비닐 면회실에서 환자와 가족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 이손요양병원]

코로나19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가족의 정을 끊지 못한다. 보건 당국이 요양병원·요양원을 코로나19 최고의 위험시설로 분류해 2월 17일 환자 면회를 제한했고, 이 조치가 계속되면서 자식들의 금지 완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다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요양병원은 1587곳, 요양원은 5588곳이다. 여기에 각각 21만3516명, 16만6264명이 입원 또는 요양하고 있다.
 
면회 금지의 이유는 분명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요양병원이라든지 또 요양시설, 의료기관 이런 곳을 중심으로 해서 특별히 감시체계를 강화했고, (중략) 최근에 일선 지자체나 기관의 거리두기, 발열감시, 방문자 관리, 면회 제한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면서 지역사회 발생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원내 감염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이손요양병원 원장)은 "폐렴이나 방광·신장 등의 염증이 50% 넘게 줄었다. 면회가 금지되면서 외부 세균 침입을 막고 직원의 감염관리를 강화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손 회장은 "병이 악화해 큰 병원으로 전원 가는 환자나 사망자도 일부 줄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면회 금지가 노인 정서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영문도 모른 채 세상과 자식과 단절된 어르신들이 극심한 불안을 보이고, 몸과 마음의 병이 깊어간다”며 "온라인 수업 지원의 반의반만이라도 요양시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녀 면회 금지가 오래 가면 우울증이 없는 사람에게 병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우울증을 앓던 환자는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요양병원은 병실이 아닌 곳에 별도의 면회실을 만들어서 KF94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서로 손을 잡는 등의 접촉을 금지하는 방식을 추진했으나 이태원발 코로나19 때문에 포기했다. 울산광역시 이손요양병원은 외부 공간에 11개의 비닐 면회실을 설치했다. 환자와 면회객의 동선을 분리했다. 와상환자는 침대째 이동한다. 손 회장은 "비닐을 쓰니까 대화할 수 있고 서로 손을 맞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병원도 코로나19로 면회객을 통제한다. 거의 모든 병원이 환자당 1명의 보호자만 환자 곁에 갈 수 있게 제한한다. 종전처럼 아침·저녁으로 정해진 시간에 면회를 하던 게 금지됐다. 한 청원인은 지난달 23일 올린 국민청원에서  
 
"중환자실에 입원한 어머니(63·희귀암 환자)를 3주 넘게 못 보고 있다. 이 사태가 쉽게 종식될 것 같지 않다. 종전처럼 하루 2번 면회를 바라지 않는다. 열 체크하고 소독하고 모든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면회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 5분, 10분이라도 좋다”고 호소했다.
 
보건 당국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이태원발 코로나가 터지면서 멈칫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종전처럼 대면 면회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걸로 차단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와 면회객 분리, 환기가 잘 되는 공간, 투명 차단막 등의 조건을 갖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우 교수는 "요양병원에 별도의 면회실을 만들고 복장을 갖추게 해야 한다. 감염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도 "감염예방 수가를 이번에 한시적으로 신설했는데, 이걸 상시 수가로 바꿔야 한다. 감염관리 전담직원을 두기 쉽지 않아 지금처럼 겸직을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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