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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시진핑의 ‘70허우’ 키우기…정계 물갈이·후계 경쟁 일석이조

중앙일보 2020.05.20 00:51 종합 24면 지면보기

젊은 피의 부상과 시진핑의 새로운 정치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한국 정가에서도 4·15 총선 이후 젊은 차세대 리더를 키워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중국은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지난 3월 이후 부부장(副部長·차관)급으로 발탁한 40대가 13명에 이른다.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하는 ‘70허우(後·후)’ 정치인 발탁을 서두르는 이유를 살폈다.
 

“시 주석에게 70허우는 50·60허우와 달리 친위 세력화가 가능하다.
70허우는 최고 지도자를 향한 경쟁 공간을 확보해서 좋고,
시 주석은 차기를 낙점하지 않고 충성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70허우의 부상으로 포장된 새로운 시진핑 정치의 큰 그림이다.”

지난 4월 24일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 부주석이던 1973년생 양진보(楊晉柏·47)가 베이징 부시장에 임명됐다. 베이징시 최초의 70허우 부시장이다. 시진핑 주석의 양진보 발탁은 인재 감별의 귀재였던 쑹핑(宋平·103) 전 조직부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을, 쑨다광(孫大光) 전 지질광산부장이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를 발탁한 인사에 비유된다.
 
양진보는 열네살이던 1987년 시안자오퉁(西安交通)대 소년반에 입학했다. 소년반은 고교와 대학 과정을 통합한 중국 특유의 학제이다. 1994년 전력(電力) 석사 학위를 취득한 양진보는 전력 계통에서만 24년간 근무했다. 2018년 11월 광시자치구 부주석에 발탁됐다. 전국 최연소 차관급 관리의 화려한 데뷔였다. 기업과 지방에서 단련된 양진보는 이제 베이징에 입성했다. 전력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신실크로드) 건설의 핵심 아이템이다. 여기에 광시자치구는 아세안으로 나가는 교두보이다. 시 주석의 주요 관심사인 기업과 지방, 일대일로 경력을 다 갖춘 양진보가 70허우 선두주자로 불리는 이유다.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지방 정부의 부성급(副省級·차관급에 해당) 지위에 오른 간부는 29명, 특히 지난 두 달간 13명의 70허우가 부성급으로 승진했다. 지난해를 통틀어 10명 남짓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증가다. 31명으로 늘어난 70허우 간부는 당 중앙이 직접 관리한다.
  
두 달간 70허우 13명이 차관급 승진
 
중국의 정치 엘리트는 정무직과 행정직은 물론 기업까지 오간다. 인사의 칸막이가 없다. 당은 인재를 세 단계로 치밀하게 관리한다. 기층 현관간부(縣管幹部)는 2800여 현급 당 조직부가, 성관간부(省管幹部)는 31개 성급 조직부가, 중관간부(中管幹部)는 중앙조직부가 키운다. 보통 차관급 이상인 중관간부는 성(省)급 당 위원회 상무위원부터 시작한다. 당 서기와 성장, 조직부장, 선전부장, 금융부성장 등 요직을 맡는다.
 
중국에서 승진은 단계별 성장과 파격 발탁이 혼재한다. 시진핑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중앙후보위원도 아니었던 차이치(蔡奇) 현 베이징 당 서기가 권력 서열 25위 정치국 위원으로 로켓 승진했다. 오는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70허우를 발탁할 수 있다는 전주곡이다.
 
시진핑의 70허우 차관급 정치인

시진핑의 70허우 차관급 정치인

중국식 파격 인사에 장차관급은 건너뛸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있다. 차이치도 장관급인 국가 안전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거쳤다. 70허우가 장차관급에 진입하면서 2022년 국가급 반열에 오를 기본 조건을 갖췄다. 당 중앙의 ‘핵심’을 꿰어찬 시진핑 주석의 개인적 선호, 인간적 관계는 추가 승진의 핵심 요소다.
 
시 주석은 지난 19대에서 차기를 지정하지 않았다. 이듬해 13기 전인대에서는 헌법의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결심만 하면 집권 연장이 가능해졌다. 여기에는 새로운 정치 동력이 필요하다.
 
시 주석에게 세대교체는 장기 집권과 불가분의 관계다. 제도는 갖췄다. 2022년 시진핑 3기가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표방한 시 주석에게 충성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바로 새로운 정치 동력이다. 현재 중국 정치의 주류는 1950년대에 출생한 이른바 50허우다. 2002년 16차 당 대회에서 젊은 피 수혈을 명분으로 대거 등장했던 60허우 세대는 힘이 다했다. 대표주자였던 쑨정차이(孫政才·57)의 낙마가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최고지도자가 차차기를 미리 낙점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도 시 주석은 거부했다.
 
60허우의 몰락은 시 주석 요인이 컸다. 50허우와 60허우의 성장에 시 주석은 힘을 쓰지 못했다. 시진핑 사단 ‘시자쥔(習家軍)’도 자신이 직접 길러낸 간부가 아니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기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 의식으로 인연을 맺었던 인맥이다.
 
70허우는 다르다. 유일무이한 인사권자 시 주석의 후원을 등에 업으면 핵심 친위 세력이 될 수 있다. 70허우는 최고 지도자를 향한 경쟁 공간을 확보해서 좋고, 시 주석은 차기를 낙점하지 않고 충성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이다.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 물갈이 명분도 갖췄다.
 
“재상은 지방부터” … 기층 단련 강조
 
시 주석은 2013년 3월 기자회견에서 “재상은 반드시 지방에서 나오고, 맹장은 반드시 병졸 중에서 나온다(宰相必起於州部, 猛將必發於卒)”고 말했다. 기층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한비자(韓非子)』의 정치 금언이다. 시 주석은 늘 차세대 인재는 지방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상한 70허우는 대부분 지방 간부 출신이다. 현(縣)급 일인자 경력을 갖췄다. 두 곳 이상의 지방 경험을 겸비했다.
 
금융권 발탁도 최근 시진핑 인사의 특징이다. 2019년 금융권 출신 중 지방 부성급에 임명된 낙하산 인사는 모두 8명이었다. 이 중 70허우가 과반을 차지했다. 장리린(張立林·49) 랴오닝(遼寧)성 부성장은 농업은행과 건설은행, 리보(李波·48) 충칭(重慶)시 부시장은 귀국 화교 출신으로 인민은행, 거하이자오(葛海蛟·49) 허베이(河北) 부성장은 농업은행과 광다(光大)은행, 황즈창(黃志强·50) 네이멍구(內蒙古) 부주석은 중국은행 출신이다. 금융개방에 맞서 지방정부의 국제화를 금융 차원에서 대비한 조치다. 금융 역시 시 주석의 주요 관심사다.
 
올해 양회가 21일 개막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여러 조치가 발표될 예정이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노력은 결국 사람을 통할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70허우가 있다. 양회 이후 이어질 중앙과 지방 인사에서 등장할 70허우 리스트에 주목해야 한다. 시 주석에게 70허우는 50허우·60허우와 달리 친위 세력화가 가능하다. 이들의 주군(主君)을 향한 경쟁 역시 치열하다. 시 주석은 후계자 낙점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70허우에게 충성을 유도할 수 있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정치는 매력적이다. 70허우의 부상으로 포장된 새로운 시진핑 정치의 큰 그림이다.
 
시진핑, 60년대생 건너 70년대생에 대권 넘기나
중국 중앙조직부가 바쁘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춘 사이에도 고위직 인사가 계속됐다. 지난 두 달 이미 장관급인 후베이(湖北) 당서기, 우한(武漢)시 당서기, 상하이 시장, 산둥(山東)성장, 생태환경부 당서기, 대외우호협회회장 등이 교체됐다.  
 
차관급은 더욱 많다. 가장 큰 특징은 70년대생 간부의 약진이다. 홍콩 명보와 아주주간은 최근 70년대생 정치인의 약진 기사를 싣고 70허우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시 주석은 70허우를 체계적으로 길들였다. 우선 2012년 집권 후 정계에 젊은 피 수혈을 독점해왔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채널을 틀어막았다. 대신 퇴직 연령에 가깝던 50허우를 대량 기용하면서 퇴직을 연장했다. 젊은 간부에게는 “어깨를 짓누르고(壓壓擔子)”, “싹을 다지라(蹲蹲苗)”며 혹독한 훈련을 강조했다.
 
젊은 피를 선별하고 발탁해 내 사람을 만들기보다 단련과 경쟁에 주력했다. 이런 기조가 지난해 바뀌었다. 당내 지위가 이미 안정됐고 측근 천시(陳希) 중앙조직부장이 인사 대권을 장악하면서다. 여기에 간부 노령화가 심각한 수위다.
 
67세의 시 주석 임기는 두 차례 10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정치국위원 중 60허우 간부 후춘화(胡春華·57), 천민얼(陳敏爾·60), 딩쉐샹(丁薛祥·58) 모두 후계자는 아니다. 시 주석이 직접 70허우에게 대권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현재 70허우 중 차관급이 31명으로 늘어난 데 비해 정식 장관급 간부는 아직 한 명도 없다. 2027년 중국 공산당 21차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인 정국급(正國級)에 올라야 2032년 대권을 건네받을 수 있다. 70허우의 발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후진타오는 과거 장관급인 공청단 중앙 제1서기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8년, 시진핑은 푸젠(福建) 성장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8년 걸렸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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