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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사람사진] 광화문 현판을 훈민정음체로 바꾸자는 강병인 작가

중앙일보 2020.05.20 00:35 종합 24면 지면보기
강병인 작가

강병인 작가

서예가 강병인, 그의 한글 캘리그라피(서체)는 우리 삶 속에 있다.
꼽자면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제목 글씨다.
오랫동안 그의 글씨였던 소주 ‘참이슬’ 또한 꼽을 수 있다. ‘화요’도 그렇다.
이뿐만 아니라 이루 꼽을 수 없을 만큼 그의 글씨는 우리 삶 안에 숱하다.
그가 생명을 불어넣은 글씨가 우리 삶과 늘 함께하고 있는 게다.
처음 그가 붓을 잡게 된 건 초등학교 육학년 때 서예반에 들어가면서다.
중학교 졸업 후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고무신 공장, 시계 공장에서 일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다.
어떠한 처지에도 붙들었던 ‘한글 서예 대가’의 꿈,
그 꿈이 오늘날 ‘글씨 예술가 강병인’으로 살게끔 했다.
몇 해 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길에서 맞닥뜨렸을 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여기가 명색이 세종대왕 나신 곳인데 이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게 없습니다.
우리가 말로만 성군이라면서 예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길가에 ‘세종대왕 나신 곳’ 표지석 하나 달랑 있는 현실을 한탄한 게다.
오래지 않아 그는 그 동네로 이사했다.
한글, 한글 하면서 세종대왕의 업적과 삶을 살피기 위해서라고 했다.
급기야 지난 15일 스승의 날, ‘세종대왕 탄신일’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광화문 현판 훈민정음체로 시민모임’ 공동 대표로서
‘광화문 현판 훈민정음체로 바꾸기 운동’을 시작한 게다.
“세계에 내세울 만한 우리의 상징이 무엇입니까? 한글과 세종대왕입니다.
1443년 세종대왕이 경복궁에서 한글을 창제했으며, 광화문은 집현전 학사들이
세종 7년(1425년)부터 부르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겁니다.
현재 ‘門化光(문화광)’이라 읽히는 현판을 한글 첫 모습인 ‘훈민정음’체로 바꿔
우리의 얼굴을 바로 세우자는 취지입니다.”
말과 글에는 “정신과 얼이 담겨 있다”고 늘 말해 온 강병인 작가,
그의 바람이 올해 한글날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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