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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모사 달인 김학도 “남다른 관찰력이 포커 선수 변신에 큰 도움”

중앙일보 2020.05.20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1993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해 성대모사 1인 자로 사랑 받다가 최근 프로포커 선수로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김학도. [사진 이광기]

1993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해 성대모사 1인 자로 사랑 받다가 최근 프로포커 선수로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김학도. [사진 이광기]

“성대모사에 주력한 개그맨 생활이 인생 1막이었다면, 포커 선수로서 프로대회 활약은 2막이죠. 묘하게 서로 연결됩니다. 성대모사가 그 사람의 패턴을 읽어야 가능한 것처럼, 포커도 상대 성향을 읽고 심리를 파악하는 눈썰미가 중요하거든요.”
 

개그맨서 프로 게이머로 인생 2막
“포커=도박은 편견, 두뇌 스포츠죠”

세계 64만여 선수 이름이 올라 있는 ‘글로벌 포커 인덱스’(GPI)에서 국내 순위 20위, 세계 순위 3200위 안팎을 넘나드는 김학도(50) 얘기다. 프로 포커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매주 집계되는 GPI 사이트엔 그의 첫 우승 순간도 기록돼 있다. 2018년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대회다. 첫 우승 이후 지금까지 받은 상금 액수는 8000만원이 넘는다.
 
“국내 포커 인구가 10만인데, 흔히들 ‘포커=도박’이라고 여기잖아요. 내기 골프가 있다고 ‘골프=도박’이 아니듯, 포커도 카드로 즐기는 두뇌 스포츠죠. 미국에선 ESPN이 중계할 정도고요. 정식 대회 우승으로 그런 인식을 바꿔놓고 싶었죠.”
 
개그맨·MC로 활동하던 그가 포커에 입문한 건 지난 2010년. 마카오의 리조트에 갔다가 배우 맷 데이먼 등이 참가한 프로 대회를 처음 접했다. “52장의 카드만 다룰 줄 알면, 1달러 참가비로 수십억대 우승 상금도 가능한” 승부의 세계에 관심이 갔다.
 
그는 “기본적으로 분석, 데이터가 중요한 종목인데 저의 개그 성향과도 잘 맞다”고 했다. 2001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졸업 논문에도 몸짓 개그와 성대모사 등 분석 개그의 차이를 담았다고 한다.
 
책과 음반도 잇따라 냈다. 2004년 낸 책  유쾌한 성대모사엔 가수(조용필·전인권·김범룡)와 배우(안성기·송강호·오지명·박영규), 역대 대통령(김영삼·김대중·노무현)과 동료 코미디언(이주일·김국진)까지 ‘인간복사기’처럼 따라했던 그의 장기가 녹아 있다.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1935~2010)의 억양도 곧잘 흉내내, SKT 안드로이드폰 광고에 쓰이기도 했다. 2006년엔 ‘김학도 모창 첫 번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모창곡 음반도 냈다.
 
“1993년 MBC 개그콘테스트 데뷔 이래 큰 굴곡 없이 달려왔지만, 건전지 수명 닳듯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그가 연예계 커리어의 돌파구로 시도한 일이다. 그러다 만난 게 포커였다고. “처음엔 국내외 교본을 독파하며 원리를 익혔고 나중엔 프로 선수를 소개받아 한 달간 레슨까지 받았다”고 한다. 첫 아시아 우승까지 8년이 걸렸다.
 
2009년 프로바둑기사 한해원씨와 결혼한 것도 ‘승부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그 전까진 내기에도 약하고 골프를 겨루다가 져도 기분 상하는 일이 없었는데, 아내가 내뿜는 ‘승부사의 눈빛’을 보면서 차츰 달라졌다고 한다.
 
“아내가 ‘졌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은데 어떻게 상대를 이기겠느냐’ 하더군요. 프로가 된다는 건 전력을 기울이는 의미란 거죠. 다만 이겼을 때 상대 앞에서 기쁜 티를 안 내는 것도 프로의 매너란 걸 배웠어요.”
 
바둑이나 골프는 아마추어가 프로를 거의 못 이기지만, 포커는 최후의 한장으로도 역전이 가능한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독에 빠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제력도 프로의 조건이라면서 말이다.
 
“인생은 끝없는 승부이고 선택 같아요. 최선을 다하는 과정 자체가 내 인생을 만들어주는 거죠. 이왕 인생 2막에 베팅했으니, 프로 포커들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WSOP(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 우승도 노려보겠습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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