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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치킨값보다 적으면 소주·맥주도 배달…수제 캔맥주 늘어난다

중앙일보 2020.05.19 16:01
 앞으로 1만5000원짜리 치킨을 배달시킬 때 해당 금액만큼 맥주를 함께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기준이 모호해 음식과 술을 함께 배달하는 것을 꺼리는 곳이 많았다. 또 소주·맥주병 라벨에 적힌 가정용, 대형 매장용 식의 표기도 사라진다. 
 
 소주.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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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위탁생산 허용  

정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주류규제 개선 방안을 19일 내놨다. 세원(주세) 관리 위주의 기존 규정을, 주류 산업의 경쟁력 중심으로 손질한 것이다.
 
우선 음식점의 술 배달 기준을 명확히 정한다. 현재는 ‘음식에 부수하여’ 주류 배달을 허용하는데 ‘부수’의 범위가 모호했다. 개편안에서 정부는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 이하인 경우에 한해 배달을 할 수 있도록 기준선을 그었다. 예컨대 2만원 짜리 족발을 시키면서 소주(4000원 기준) 5병까지 배달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주문하거나, 음식점에 직접 주문하거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불필요했던 제품 용도 구분도 사라진다. 소비자가 사는 소주와 맥주에는 가정용, 대형매장용 등을 나누는 표시가 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편의점에서 사든 대형마트에서 사든 같은 술이다. 하지만 제조사는 어디서 팔리느냐에 유통‧재고 관리를 따로 해야 했다. 앞으로는 소주, 맥주에 대한 가정용(슈퍼, 편의점, 주류백화점 등)과 대형매장용(대형마트) 구분을 ‘가정용’으로 통합한다. 식당 등에서 파는 술은 기존대로 ‘유흥음식점용’으로 구분한다.

 
특색 있는 수제 맥주를 캔으로 마실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주류 회사의 제조시설을 활용한 위탁 제조(OEM)는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형 수제 맥주 회사가 시설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 위탁 생산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양순필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2~3개 정도 회사가 OEM이 불가한 상황에서 해외 아웃소싱을 추진하려고 했다”며 “OEM을 허용하면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2018년 국내 주류 출고율은 연평균 2.5% 줄어드는데 수입량은 매해 24.4% 늘어나고 있다. 

 
또 술을 만들면서 나오는 부산물을 기존 제조 시설을 통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탁주(막걸리) 제조 때 남는 부산물로 빵이나 화장품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데, 현 규정으로는 별도 생산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주류 제조 시설에서 무알코올 음료를 만드는 것도 합법화된다.

 
주류 신제품 출시 때 소요 기간은 30일에서 15일로 줄인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따로 진행하던 제조방법 승인과 주질(酒質) 감정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써다. 알코올 도수 변경 같은 경미한 제조방법 변경은 기존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바꾼다. 
 

소주회사 칵테일 시음행사 가능해져  

면허 주종 이외의 주류 제조를 홍보 등 일부 목적에 한해 허용한다. 현재 소주회사가 자사 제품을 활용한 칵테일 홍보 행사를 열려고 할 때 칵테일 제조법을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시음은 안된다. 면허를 받은 주류가 아니어서다. 앞으로는 이런 시음 행사를 할 수 있다. 
  
유통 측면의 편의성도 늘어난다. 주류 제조자 및 수입업자가 택배 등 물류업체 차량을 이용해 자사 제품을 나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주류 운반차량 검인 스티커’를 택배 차량에 붙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스티커를 물류회사 차량에 붙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호소였다. 앞으로는 주류 운반 차량을 표시하는 스티커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규모가 작아 주류 운반을 물류업체에 주로 맡겨야 하는 전통주 회사나 소형 맥주 제조회사의 애로 사항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주세법을 분리해 주류 행정 관련 규정을 별도로 떼어 낸다. 현재는 세금 관련 규정과 주류 행정 규정이 주세법에 모두 포함돼 있다. 정부는 ‘주류 면허 관리 등에 법률’을 별도로 만들어 주류 행정을 관장한다는 방침이다. 임재현 국세청 세제실장은 “제조‧유통‧판매 등 주류 산업 전반의 개선을 통해 주류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법 개정 상황에 대해 올해 정기국회 입법을 추진한다. 관련 시행령은 올해 12월까지, 고시는 3분기 내에 개정을 추진한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연합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연합

◇소주‧위스키는 종가세 유지할 듯 = 정부는 소주나 위스키 등 증류주에 대한 세금 기준을 가격 기준(종가세)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맥주와 탁주는 올해부터 용량 기준(종량세)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종량세로 개편하면 값이 싼 소주는 세금이 늘고, 비싼 위스키 세금이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소주와 위스키의 세금 체계를 달리하기도 어렵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어서다. 실제 1990년대 한국이 소주와 위스키의 세금을 달리 적용한 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 연합(EU)이 WTO에 문제를 제기했고, 한국이 패소했다. 그래서 현재 소주와 위스키에는 같은 세율(72%)이 적용된다. 임재현 실장은 “소주와 위스키에 종량세를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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