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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쉼터 회계평가 F"…경고조치 받고도 펜션처럼 썼나

중앙일보 2020.05.18 21:36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기금운용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이후 관련 의혹들이 연일 불거지는 가운데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가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17일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한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모습.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기금운용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이후 관련 의혹들이 연일 불거지는 가운데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가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17일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한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모습. [뉴스1]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경기도 안성에 지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운영 관련 중간 평가에서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 조치를 받은 시점은 2015년 12월로,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감독기관 격인 모금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후에도 펜션처럼 운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모금회, 정의연에 2015년 12월 쉼터 운영 '경고'
경고 받고도 매각 전까지 쉼터 운영 부실 지적
2016년 7월, 블로그에 '펜션 후기' 올라오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는 18일 중앙일보에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아 지난 2015년 12월 진행한 중간 평가에서 사업 평가는 C, 회계 평가 F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금회는 현대중공업이 정의연 측에 기부한 10억원이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좋은 결과가 아니다”며 “특히 회계처리의 경우 각종 세금 관련 서류와 영수증 등이 없고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간 평가는 사업 평가와 회계 평가 두 가지로 진행됐고 A, B, C, D, F로 다섯개 등급으로 평가했다. 회계 평가의 경우 최하 등급을 받은 셈이다. 
2016년 5월 윤미향 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위안부 할머니 쉼터에서 워크숍을 가진 뒤 찍은 사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경고 조치를 내린 2015년 12월 이후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SNS 캡처]

2016년 5월 윤미향 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위안부 할머니 쉼터에서 워크숍을 가진 뒤 찍은 사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경고 조치를 내린 2015년 12월 이후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SNS 캡처]

 
모금회는 사업 및 회계 평가결과를 종합해 정의연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정의연은 경고 조치를 받고, 이 시설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모금회 측은 “2016년 9월 기부자인 현대중공업에 의사를 확인하고 11월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은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의 문제점을 공개 비판한 최근에서야 매각됐다. 팔린 금액도 매입 금액인 7억50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적은 4억2000만원이었다. 
2016년 7월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안성 펜션 다녀왔어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이곳을 '안성 펜션' 이라고 지칭한 글쓴이는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해 지어진 곳인데 평소에는 펜션으로 쓰여진다나봐요'라고 적었다. [온라인 캡처]

2016년 7월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안성 펜션 다녀왔어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이곳을 '안성 펜션' 이라고 지칭한 글쓴이는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해 지어진 곳인데 평소에는 펜션으로 쓰여진다나봐요'라고 적었다. [온라인 캡처]

 
더욱이 정의연이 중간 평가에서 ‘경고’ 조치를 받고도 매각 전까지 이 시설을 펜션처럼 운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2016년 5월 정의연은 이곳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또 인터넷 상에는 그 해 7월 이곳(위안부 쉼터)을 ‘안성 펜션’이라고 지칭하며 교회 관련 행사를 다녀왔다는 후기성 게시글도 올라와 있다.
 
앞서 쉼터가 설립 목적과 달리 지난 7년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거주한 적이 없고, 윤 당선인의 아버지가 혼자 거주하며 관리비 목적으로 약 75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모금회로부터 쉼터 운영 관련 경고 조치를 받고도 펜션처럼 계속 운영해온 정황이 있는 것이다. 
 
정의연 측은 16일 설명자료를 통해 “건물의 일상적 관리를 위해 교회 사택 관리사 경험이 있던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의 부친께 건물관리 요청을 드리게 됐다”며 “친인척을 관리인으로 지정한 점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사과드린다”고 했다. 설립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책임 있는 행동 요구에 대해 윤 당선인은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사퇴 요구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정활동을 통해서 (증명할 테니) 잘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의연은 2015년 12월 쉼터 운영 경고 조치로 향후 2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금 배분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모금회가 기업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필요한 단체에 배분하는데, 정의연은 2년간 배제되는 사실상 페널티를 받았다는 것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목적에 맞게 운영할 경우 제재가 나가지 않지만, 평가가 좋지 않으면 등급에 따라 주의나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업 2012년부터 시작해 2017년까지 5년간 운영 예정인 사업이었기 때문에 중간쯤인 2015년 평가한 것”이라며 “경고 조치에 따른 배분 정지 기간은 1년~5년으로 2년 정지는 낮은 수위의 징계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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