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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 '부천 나이트' 확산 경로 밝혔다

중앙일보 2020.05.18 20:28
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 이보은 경장. 연합뉴스

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 이보은 경장. 연합뉴스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 경로로 떠오른 부천 '메리트나이트'에 대해 비교적 빠른 역학조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방역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광주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이보은(34) 경장은 국내 단 8명뿐인 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이다. 이 경장은 코로나19에 걸린 불법체류 베트남인 A씨(32)를 설득해 입을 열게 한 인물로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와 또 다른 확진자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지난 1일 이태원 퀸클럽을 찾았던 A씨는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지난 15일 지인이 사는 부천시의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는 신원을 묻지 않는다는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A씨는 검사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 연락처를 제외하곤 이름과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남기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다음날인 지난 16일 양성 판정을 받은 A씨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불법체류자로서 강제 출국이 두려웠던 A씨가 휴대전화를 꺼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위치 정보를 조회해 A씨가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 한 정확한 거주지, 직장, 이동 동선 등을 알 방법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 확산이 우려되자 결국 경찰까지 A씨 동선 추적에 투입됐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부천 한 나이트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해당 나이트클럽 입구가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부천 한 나이트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해당 나이트클럽 입구가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이 사건에 배정된 이 경장은 A씨의 신분을 고려해 그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이 경장은 A씨에게 베트남어로 "베트남 사람인 경찰관이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 전화를 받아달라. 코로나19 검사에 따라 불법 체류로 인한 처벌을 받거나 강제 출국을 당할 일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뒤 계속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설득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수십통 쌓인 뒤에야 A씨는 비로소 전화를 받았다. A씨는 한국말이 서툴러 당국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불법체류자 단속을 유예한 사실을 몰랐고 강제 출국이 두려워 그동안 집 안에만 숨어있었다. 
 
A씨의 이름과 송정동 자택 주소를 알게 된 이 경장은 곧바로 방역당국에 이 사실을 알려 A씨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후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시작했고 A씨 주변 접촉자들을 검사해 직장 동료 B씨(43)의 확진 사실을 밝혀냈다. 또 A씨가 지난 10일 자정 전후 부천 메리트나이트를 찾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 경장은 "A씨는 언어도 서툴고 신분상의 어려움도 있어서 확진 판정을 받고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져 있었던 상황"이라며 "최대한 친근감을 느끼도록 안심을 시키려 노력한 게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되기 전 다문화 가족 센터에서 일했던 그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사건에 휘말리거나 남편에 의한 폭력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많이 보며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경찰이 되고 이런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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