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에 잘린 감찰관, 폼페이오 '개 산책 갑질' 캐다 당했다"

중앙일보 2020.05.18 12:03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부인 수전의 지난 2월 아프리카 앙골라 방문 모습.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이 폼페이오 부부가 정무직 비서를 애완견 산책과 같은 사적 심부름에 동원한 의혹을 조사 중이었던 게 알려지면서 보복 해임 파문으로 번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부인 수전의 지난 2월 아프리카 앙골라 방문 모습.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이 폼페이오 부부가 정무직 비서를 애완견 산책과 같은 사적 심부름에 동원한 의혹을 조사 중이었던 게 알려지면서 보복 해임 파문으로 번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난 15일 해임한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부부가 정무직 직원을 개인 심부름에 사용한 의혹을 조사 중이었다고 미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심부름엔 애완견 산책도 포함됐다고 한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리닉 감찰관이 폼페이오 장관 비위 조사를 시작하자 폼페이오가 대통령에 해임을 건의했다"며 이번 보복 해임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에 들어갔다.
 

"감찰관이 직원 개인 심부름 조사하자,
폼페이오, 트럼프에 해임 건의해 관철"
외교경호 요원엔 성인 아들 마중 시켜
민주당 상·하원 외교위 공식조사 착수
엥겔 외교위원장 "불법적인 보복 행위"

NBC 방송은 이날 의회 관리 두 명을 인용해 "리닉 전 감찰관은 폼페이오 장관 부부가 직원 한 명에게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세탁물을 찾거나 저녁 예약 같은 개인 심부름을 시킨 데 대해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의회는 리닉 전 감찰관이 폼페이오에 대한 다른 조사도 진행 중이었는지도 파악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와 부인 수전이 개인 심부름을 시킨 직원은 연방정부 장관을 보좌하는 '스케줄C' 직군의 정무직 비서라고 덧붙였다.
 
부부는 지난해에도 국무부 외교경호실(DSS) 요원을 사적 심부름에 동원한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CNN 방송은 지난해 7월 의회에 접수된 내부 고발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 부부가 외교경호실 소속 요원에게 주문한 중국 음식을 찾아오게 하거나 애완견을 미용사에게 찾아오게 하거나, 그들의 성인 아들을 워싱턴 DC 기차역에 마중을 나가 태워 오게 시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15일 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 해임된 스티브 리닉 미 국무부 감찰관.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뜻과 달리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청문회에도 출석하기도 했다.[로이터=연합뉴스]

15일 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 해임된 스티브 리닉 미 국무부 감찰관.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뜻과 달리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청문회에도 출석하기도 했다.[로이터=연합뉴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폼페이오 부인 수전은 남편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시절부터 이례적으로 '퍼스트레이디'로서 활발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국무부 장관으로 옮긴 뒤에는 폼페이오의 공식 해외 출장에 자주 동행했다. 폼페이오가 수전을 "전력 증강자"라고 부를 정도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의 부인 헬레나 마리아처럼 비공식 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칭찬이었다.
 
그런데도 폼페이오 부부의 활동이 논란이 되는 건 잦은 고향 캔자스 방문을 포함해 폼페이오가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이후 노리는 차기 대권 주자 행보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호요원 건은 의회가 공식 조사를 벌이지 않고 무마됐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조사 중인 감찰관을 보복 해임한 사태로 발전하자 민주당은 하원 외교위에서 조사를 개시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미 언론이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리닉 감찰관 해임을 건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해임에 관여한 배후임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과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 간사는 16일 마크 매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우리가 알기로도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비위에 관한 조사가 시작되자 리닉 감찰관을 해임하라고 건의했다"며 "이는 불법적인 보복 행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2일까지 이와 관련한 모든 기록을 위원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은 국무부와 리닉 전 감찰관 본인에게도 같은 서한을 보냈다.
 
공화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밋 롬니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다수 감찰관을 해임하는 일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그렇게 하는 건 그들의 직무에 필수적인 독립성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했다. 찰스 그래슬리 의원도 "의회는 감찰관 해임을 정당화할 자세한 사유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한다"며 "일반적 불신임은 충분한 사유가 못 된다"고 했다.
 

관련기사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인 각 부처 감찰관을 해임한 게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크라이나 수사 청탁 내부 고발장을 의회에 제출한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을 4월 3일 해임했고, 같은 달 7일 글렌 파인 국방부 감찰관 대행을 물러나게 했다. 이달 1일엔 의료장비 부족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냈던 크리스티 그림 보건부 수석 부감찰관을 해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