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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무서워서? '이렇게' 운전자보험 가입하면 후회한다

중앙일보 2020.05.18 12:00
#주부 김모(35)씨는 5년 전 교통사고 시 벌금 2000만원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최근 보험설계사로부터 '민식이법'에 대한 설명을 듣었다. 설계사는 "교통사고 처벌이 강화돼 스쿨존 내 사고시 벌금 한도가 3000만원으로 늘어났으니 보상한도를 늘린 새 운전자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권했다. 김씨는 보험설계사 안내에 따라 기존 운전자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기존 운전자보험을 해지하지 않고도 추가로 벌금 특약에 가입해 보상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서다.
 
운전자보험. 셔터스톡

운전자보험. 셔터스톡

#자영업자 박모(50)씨는 사업상 운전을 할 일이 많아 오래 전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지난 3월 스쿨존 내 사고에 대해 중과 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민식이법)이 시행됐다는 소식을 듣자 박씨는 가입한 운전자보험의 보상한도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는 보험설계사를 찾았고, 해당 설계사 권유에 따라 새 운전자보험에 추가로 가입했다. 얼마 뒤 박씨는 실제로 자동차 사고를 내 1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아차' 싶었다. 2개 운전자보험에서 각각 500만원씩만 보상이 이뤄진 것이다. 벌금이나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 실제 손해를 보장하는 특약은 2개 이상 상품에 가입해도 보험금이 중복 지급되지 않고, 실제 비용만큼만 비례보상된다.
 

운전자보험 찾은 소비자 평소의 2.4배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시 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운전자보험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 자동자차고의 형사·행정상 책임 등 비용손해를 보장하기 위한 보험 상품이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 운전자에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고, 어린이가 상해를 입은 경우 징역 1~15년 또는 벌금 500만~300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말한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됐다.
운전자보험 신규 판매 등. 금융감독원

운전자보험 신규 판매 등. 금융감독원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법 시행 직후인 지난 4월, 국내 손해보험사의 운전자보험 신규 판매 건수는 83만건을 기록했다. 직전 1분기(1~3월) 월평균 판매 건수 대비 2.4배 수준이다. 4월말 현재 운전자보험 가입 건수는 총 1254만건이다. 운전자보험 수요가 늘자 보험사들도 운전자보험 판매에 주력하면서 불완전판매 위험 또한 같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운전자보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벌금·합의금·변호사비용 실손 비레보상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금감원은 먼저 벌금이나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은 여러개 운전자보험 상품에 가입한대도 중복 보상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 특약은 2개 이상 상품을 통해 중복 가입한다고 해도 실제 비용만큼만 비례 보상된다. 만약 고객이 이들 특약에 2개 이상 가입할 경우, 고객은 보험료만 중복 지출할 뿐 돌려받는 보험금은 여러 보험사들로부터 나눠서 지급받기 때문에 고객엔 불리하고 보험사엔 유리한 구조가 된다.

 
과거 운전자보험에 가입해뒀다면 무작정 새 상품을 알아보기 보다는 기존 상품에서 벌금담보 한도를 증액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보장을 확대할 목적으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한면 이미 보험사에 지불한 보험료만큼 불필요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보험회사별로 기존 상품에 특약을 적용해 보험금을 증액할 수 있게 한 경우가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환급금 없애면 보험료 절반…특약은 신중히 선택 

운전자보험은 보험회사별로 매우 다양한 특약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로선 그만큼 자기에게 필요한 특약만을 신중히 선택해 가입해야 한다. 운전자보험의 주요 특약을 형사상 책임·행정상 책임·치료비 등으로 구분한 뒤 보장금액이나 자기부담금·보험료 수준·실손 여부·보험 만기 등을 주로 따져보는 것이 좋다. 형사합의금 특약에 가입한 경우 가입자(피보험자)가 자비로 합의금을 마련할 필요 없이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합의금(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음주·무면허·뺑소니로 인한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  

운전자보험 특약. 금융감독원

운전자보험 특약. 금융감독원

운전자보험의 목적은 주로 실제 손해를 보장받는 데 있다. 운전자보험 중 만기환급금을 돌려주는 상품은 보장과 관계 없는 적립보험료를 포함해 순수보장형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2배 이상 비싸다. 적립보험료에는 보험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성격의 사업비가 포함돼있기 때문에 그만큼 불필요한 비용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사고에 대한 보장만 받기를 원하는 소비자는 적립보험료가 없는 순수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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