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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코로나 치른 응급실 의사들 "근근이 버텼다"

중앙일보 2020.05.18 10:00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46)

 
“코로나19, 요 몇 달 어땠어?”
응급실 고년차 전공의들에게 물었다.
 
“겉으로는 모두 이겨냈다고 온 사회가 축제 분위기지만, 안에서는 망가진 시스템이 더 눈에 들어온다. 과연 우리가 완벽히 이겨낸 건지 의심스럽다. 당장 급한 불 끄는 데만 급급했던 건 아닌지.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지금은 그야말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신종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출현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번에야말로 평상시에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감염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
 
“코로나19 때문에 응급실 환자 수가 많이 줄었다.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이 어려웠지만, 크게 문제가 된 환자는 별로 없다. 그동안 불필요하게 응급실을 이용한 사람이 많았다는 증거다.”
 
겉으로는 모두 이겨냈다고 온 사회가 축제 분위기지만, 안에서는 망가진 시스템이 더 눈에 들어온다.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진 Pixabay]

겉으로는 모두 이겨냈다고 온 사회가 축제 분위기지만, 안에서는 망가진 시스템이 더 눈에 들어온다.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진 Pixabay]

 
“격리되는 중환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격리실에 들어가면 환자 관찰이 어렵다. 상태 악화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이유다. 중환자는 바로 옆에서 계속 관찰해야 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하지만 보호구 때문에 체력소모가 커서 자주 교대해야 한다. 격리실은 각방이라 여러 환자를 한 번에 보기도 어렵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아쉬운 대로 모니터링 장비라도 잘 갖춰야 한다. 모두 돈이다.”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데 즉각적인 처치를 못 할 때가 가장 힘들다. 코로나 환자는 번거로운 감염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비로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간단한 검사 하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응급은 시간 싸움이라서 이런 지연이 의사를 애타게 한다.”
 
“코로나 검사나 처치가 진행 중이면 다른 일반 환자에게 손을 돌리기 어렵다. 장비의 사용에도 제한이 생긴다. 검사장비도 따로 써야 하고 소독 시간도 기다려야 한다. 양분화된 진료 시스템이 있어야 할 거 같다.”
 
“급한 환자들이 많은데 코로나 의심 환자 하나 생기면 응급실 전체에 일시 마비가 온다. 애초에 일반 환자와 감염 의심 환자를 한 응급실에서 같이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따로 운영해야 한다.”
 
“과연 응급실에서 모든 의료진이 모든 규정을 다 지켰을까? 한시가 급한 상황은 너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감염관리에 틈이 생길 때도 있었다. 큰 문제 없이 지나가 다행이다. 우리나라 응급실 현실에서 완벽한 감염 컨트롤은 아직 요원하다.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와 별개로, 열악한 환경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낸 것은 자랑스럽다.”
 
“선별진료소는 많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적다. 실용성 없이 흉내만 내는 곳도 많은 듯하다. 여전히 많은 환자가 119를 타고 길거리를 헤맨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서다.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격리실 운영이 스트레스다. 자리가 없음에도 감염 의심 환자가 계속 들어 온다. 환자가 열만 나도 받아주는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몇몇 병원만 독박쓰고 있다. 지역 병원들이 너무 몸을 사리는듯하다. 사정을 알기에 이해는 하지만 서운한 마음이 크다.”
 
“줄었던 응급실 환자가 다시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사람들 관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진은 코로나19를 무시할 수 없다. 격리, 감시 체제를 계속 운영해야 한다. 지금까진 환자 수가 줄어서 어찌어찌 코로나 일 처리를 해냈지만, 환자 수가 늘게 되면 도저히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우린 죽는다.”
 
격리되는 중환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격리실에 들어가면 환자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지만 보호구 때문에 체력소모가 커서 자주 교대해야 한다. 많은 인력과 모니터링 장비가 잘 갖춰야 한다. [사진 Pixabay]

격리되는 중환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격리실에 들어가면 환자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지만 보호구 때문에 체력소모가 커서 자주 교대해야 한다. 많은 인력과 모니터링 장비가 잘 갖춰야 한다. [사진 Pixabay]

 
“선제적 격리에 공감하지 못하는 보호자가 많았다. 집에서 지금껏 같이 있었는데 왜 병원에서는 따로 있어야 하냐며, 유난 떤다고 항의하는 환자가 많았다. 검사 결과 코로나가 아닌 거로 확인되면 쓸데없이 격리했다며 화낸 사람들도 있었다."
 
“응급실에 보호자가 상주하는 시스템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뒤늦게 누가 감염자로 밝혀질지도 모르는데. 응급실 내 인원을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을까? 보호자는 응급실 외부에 따로 머물게 하고, 대신 간병 인력을 갖춰야 한다. 불가능한 얘기겠지만.”
 
“검사비 문제로 환자랑 싸우는 게 너무 힘들다. 검사비 16만 원을 두고 실랑이가 잦다. 우리 손엔 한 푼도 안 남고 전부 검사 비용으로 사라지는 돈인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모두 공짜로 해줬으면 좋겠다.”
 
“취객 및 노숙자들의 종착지가 응급실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 감기로 열만 나도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시설에 들어가더라도 코로나 검사가 끝나야 한다.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밤새 응급실에 누워 있다. 경찰관, 구급대원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날 근무를 접고 모두 자가 격리된다. 취객 하나 이송한 대가로….“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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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조용수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필진

[조용수의 코드 클리어] 의사는 누구보다 많은 죽음을 지켜본다. 삶과 죽음이 소용돌이치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는 특히 그렇다. 10년 가까이, 셀 수 없이 많은 환자의 생과 사의 현장을 함께 했다. 각양각색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이제는 죽음이 삶이 완성이란 말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환자를 통해 세상을 보고, 글을 통해 생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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