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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 '뎅기열 모기', 온난화로 日 위협

중앙일보 2020.05.18 05:00
뎅기열 매개 모기인 이집트숲모기. 지난해 필리핀에선 이 모기가 옮긴 뎅기열로 1000명 이상이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뎅기열 매개 모기인 이집트숲모기. 지난해 필리핀에선 이 모기가 옮긴 뎅기열로 1000명 이상이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로 불리는 뎅기열 매개 모기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2015년 한해 모기로만 83만명 사망
뎅기열 감염, 20년새 15배로 급증
日에 없던 이집트숲모기도 발견
기존 살충제 안 들어 방역에 비상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뎅기열 매개체인 흰줄숲모기ㆍ이집트숲모기 등의 발견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대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일본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따르면 2015년 한해에만 모기에 물려 숨진 사람이 전 세계 83만 명에 달했다. 그 어떤 동물보다 치명적이란 얘기다. 
 
그중 가장 무서운 것이 뎅기열 매개 모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뎅기열 감염은 지난 20년간 15배 증가했을 만큼 급속히 퍼지고 있다. 연간 3억9000만 명이 감염되고, 이 중 50만 명은 중증으로 악화한다. 치명률(치사율)은 2.5% 정도다.  
 
최근 몇 년 새 일본에서도 뎅기열 매개 모기인 흰줄숲모기가 급증하고 있다. 연평균 기온 11℃ 이상의 장소에서 서식하는데, 1950년 무렵엔 수도권에서 가까운 도치기현 이남에서만 서식지가 발견됐다.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방역 요원이 뎅기열 확산을 막기 위한 훈증 소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방역 요원이 뎅기열 확산을 막기 위한 훈증 소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2000년 이후 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식지도 확연히 북상했다. 지난 2016년엔 일본 혼슈 최북단인 아오모리현에서 발견됐을 정도다.
 
2014년엔 도쿄 요요기공원 주변에서 흰줄숲모기에 의한 뎅기열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162명의 환자가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일본에서 발견되지 않던 이집트숲모기의 서식이 일부 확인되면서 일본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집트숲모기는 전파력이 강해서 동남아시아ㆍ남미에서 뎅기열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리핀에선 이집트숲모기가 옮긴 뎅기열로 1000명 이상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일본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본다. 대만에선 남부 지역에만 살던 이 모기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더 큰 문제는 방역이다. 모기의 신경에 작용하는 살충제의 주요 성분인 피레스로이드계 물질이 이집트숲모기에는 잘 안 듣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실험들이 진행 중이다. 영국 생명공학 업체인 옥시테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자손을 남기지 않는 이집트숲모기 수컷을 만들어 브라질ㆍ케이맨 제도 등에 투입했다. 
 
호주의 한 대학을 중심으로 이집트숲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월바키아'라는 특정 세균에 감염시킨 암컷 모기(사진)는 뎅기열 전파력을 잃는다고 한다. [AP=연합뉴스]

호주의 한 대학을 중심으로 이집트숲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월바키아'라는 특정 세균에 감염시킨 암컷 모기(사진)는 뎅기열 전파력을 잃는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실험실에서 만든 수컷들이 야생 암컷과 만나 번식하면 유충이 성충이 되기 전 모두 죽는 원리다. 케이맨 제도에선 23주간 실험 결과 이집트숲모기가 80%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브라질에선 유전자 조작 모기가 살아남는 사례가 나왔다. 이 기술의 실효성이 아직 담보되진 않았다고 아사히는 짚었다. 
 
한편 호주의 한 대학에선 특정 세균에 감염시킨 암컷의 경우 체내에서 뎅기열 항원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않아 전염력 자체를 잃는 것에 착안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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