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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중국 탈출' 작전…성공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20.05.18 05:00

"아이폰을 중국 기업이 만들게 됐다고?"

지난 1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 매장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 매장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혹시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셨나. 아이폰 원래 중국에서 만들지 않냐고.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자. 아이폰, ‘중국에서’ 만들지만 ‘중국 기업’이 만든 적은 없다. 중국 내 아이폰 생산기업은 대만의 폭스콘이다.
[리쉰정밀·로이터]

[리쉰정밀·로이터]

중국 기업 리쉰정밀(立訊精密·Luxshare)이 폭스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아이폰 생산을 맡으며 폭스콘의 경쟁자로 등장할 전망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중국 시나재경 등이 13일 보도했다. 리쉰정밀이 대만의 아이폰 금속케이스 제작업체 커청(可成)과기의 중국 시설을 사들여 아이폰 생산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닛케이는 “업계에서는 애플도 리쉰정밀의 아이폰 생산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본다”며 “(제품)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비용도 절감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그런데 이 소식. 중국이 마냥 좋아해도 될까.

지난달 7일 중국 베이징의 애플 매장 앞에서 한 소년이 마스크를 쓴 채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달 7일 중국 베이징의 애플 매장 앞에서 한 소년이 마스크를 쓴 채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애플의 ‘제품 조달처 다변화’ 목표에 주목해야 한다. 생산을 한 곳에 ‘몰빵’해서 생길 리스크를 줄이겠단 거다.
 
이 전략. 중국을 넘어서도 쓸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실제로 움직임이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전량 생산하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베트남에서도 만들고 있다. 3월부터다. 중국계 하청업체 2곳인데, 이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언급된 리쉰정밀이다. 두 회사는 그동안 베트남에서 유선 이어폰을 생산해 애플에 납품해왔다. 이를 에어팟 생산으로 확대했다. 애플은 2분기에 에어팟 전체 출하량 중 30% 정도(300만~400만 개)를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 계획이다.
지난 2018년 7월 인도 뭄바이의 한 애플 매장에서 점원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8년 7월 인도 뭄바이의 한 애플 매장에서 점원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인도도 들썩인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최근 "애플은 향후 5년간 아이폰 생산량의 5분의 1을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인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인도 정부 관료를 인용해 “애플은 생산 거점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인도를 제조·수출 기지로 삼으려 한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금도 인도 벵갈루루 공장에서 아이폰 SE 등 보급형을 소량으로 만들고 있다.

리쉰정밀 아이폰 생산. 애플의 생산 기지 재편 전략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애플은 ‘탈중국’을 쉽사리 부르짖지 못했다. 뾰족한 수가 없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애플이 폭스콘 등 공급체인을 통해 중국에서 고용한 인원은 약 300만 명에 달한다”며 “비슷한 규모의 숙련된 노동력을 다른 곳에서 바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애플 전체 매출의 20%나 되는 중국 시장도 아깝다. 본전 생각에 중국 떠날 결심을 쉽게 못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은 그동안 제조업체 인력을 교육하는 데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자했기에 중국 철수를 쉽게 결심하기 어렵다”며 “경쟁사인 삼성이 중국에서 빠져나간 것과 대조된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의 애플 매장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체온 검사를 하고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의 애플 매장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체온 검사를 하고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코로나19가 ‘차이나 리스크’ 공포를 애플에 제대로 각인시켰다. 중국이 멈추자 애플은 시장에 물건을 못 대는 ‘빚쟁이’가 됐다. 많이 팔아야 더 큰 이윤을 남기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1인당 아이폰 구매 개수를 2대로 제한했다. 
팀 쿡 애플 CEO.[사진 셔터스톡]

팀 쿡 애플 CEO.[사진 셔터스톡]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2분기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난 2월 고백했다. 이후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약 119조 원) 이상 떨어졌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부적으로 코로나19로 생산과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지나친 중국 의존'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전 세계 아이폰 제품은 9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리쉰정밀의 아이폰 생산도 애플의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 전략에서 나온 거로 봐야 한다.

애플의 중국 탈출 의지. 굳건해진 듯 보인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당장은 어려워도 조금씩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6월부터 공급 업체의 최대 30%를 중국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월엔 아이폰XR 모델을 인도에서 시판 생산하기도 했다. 최근엔 약 4000억 원(3억 3000만 달러)을 투자해 대만에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탑재되는 마이크로 LED 및 미니 LED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해 8월 인도 뭄바이의 한 애플 매장의 모습.[AFP=연합뉴스]

지난해 8월 인도 뭄바이의 한 애플 매장의 모습.[AFP=연합뉴스]

대만은 양질의 인력, 베트남은 싼 인건비,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이점을 부분 대체할 만한 곳들이다.
 
싱가포르대 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카프리 선임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공급망 재구조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기업들은 중국을 버리는 대신 중국+1, 중국+2 or 3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이나+알파 전략을 통해 차이나 리스크를 나눈다는 거다. 애플의 최근 행보. 카프리 연구원의 예측과 맞아떨어져 보인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공식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로 인사를 한 뒤 자리로 가 앉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공식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로 인사를 한 뒤 자리로 가 앉고 있다.[AFP=연합뉴스]

안 그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미국이 지난 15일 중국 기업 화웨이를 향해 초강도 제재 정책을 발표하자 중국 정부는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 언론을 통해 "미국의 화웨이 금지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애플 등을 겨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애플로서도 중국 탈출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해외 유명 기업 중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가장 큰 것이 애플이다. 애플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이는 글로벌 기업 탈중국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세계가 애플을 주시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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